중국의 일상 속 AI 혁명

2025-10-08

지난달 중순 중국 윈난성 쿤밍시를 방문했다. 식사를 하려고 저녁에 쿤밍 시내의 한 쇼핑몰에 들렀더니 건물 한구석에 ‘인공지능(AI) 학습기’란 코너가 보였다. 한국에서 전면 도입하려다가 무산된 ‘AI 디지털 교과서(AIDT)’가 진열돼있었다.

4999~5999위안(한화 98만~118만원)부터 9999위안(한화 197만원), 1만1999위안(한화 395만원)같은 고가품도 수두룩했다. 중국어·수학·영어·과학·화학·정치·역사·지리·생물 등 거의 전 교과 영역의 학습을 도와준다고 한다. 인구 700만 명인 쿤밍시의 1인당 소득은 1만3000달러 수준이다. 자녀의 AI 교과서를 하나 사는데 거금을 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50대로 보이는 점원이 도와드릴 게 있냐고 물어보다가, 한국인이란 걸 알아차리고는 작은 기계를 하나 들고 왔다. 실시간 AI 번역기였다. 말을 하면 앞에 붙은 액정을 통해 한국어에서 중국어로 자동 번역된 문자가 출력됐다.

“AI 교과서는 잘 팔리나?”

“한 달에 몇 대는 팔린다.”

“사용자 연령대는?”

“어린이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하다.”

“실시간 AI 번역기도 궁금하다. 몇 개 국어가 지원되나?”

“중국어까지 포함해서 85개 국어로 통역된다.”

AI 교과서의 효과에 대해선 찬반 논란이 있다. 일본은 정식 교과서 도입을 추진하는 반면, 몇몇 나라는 종이 교과서로 돌아갔다고 한다. 점원이 사용한 실시간 번역기 역시 통역이 아주 매끄럽다고 보긴 어려웠다. AI 통역 역시 그리 고난도 기술은 아니다. 그럼에도 놀라운 건 AI 기술이 중국의 일상에 녹아들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개발 소외 지역으로 꼽히는 서부의 중국인들도 AI 기술과 함께 살아간다.

영국에서 증기기관 발명과 같은 과학기술 혁명이 폭발하며 산업혁명이 촉발된 까닭은, 당시 영국은 귀족·중간층·노동자 등 모든 사람들이 골고루 과학기술 지식을 향유해서다. 당대의 선진국인 프랑스는 고급 과학기술이 일부 지식인층에만 머물러 있어 산업혁명으로 연결되지 못했다고 역사가들은 분석한다. 저변에 흘러들어간 과학기술이 경제 성장동력이란 얘기다.

중국 현지의 AI 기술은 확산 범위와 깊이 면에서 한국을 앞지르고 있다. 딥시크 쇼크는 이런 일상의 토대에서 나온 것이다. 한국과 달리 AI에 대한 정치권과 노동계의 이념적 반발 역시 없다. 후세의 역사학자들은 이 시대를 어떻게 명명할까. ‘중국발 AI 혁명’이란 이름도 유력하리라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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