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은 ‘자동화(Automation)’ 기술을 통해 수작업 중심의 기존 공정에서 탈피한 새 혁신을 맛봤다. 공장자동화(Factory Automation, FA)는 다양한 제어 기술이 강조되는 시스템으로, 당시에는 컴퓨팅·통신 등 기술이 주를 이룬 자동화 기술이 이 같은 변혁을 이끌었다.
이후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자동화를 잇는 새로운 체제에 대한 도전이 이어졌다. 이는 다품종 소량생산과 맞춤화(Customized) 생산의 트렌드가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2010년대 초, 독일은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at)·자주성(Souveranitat)·지속가능성(Nachhaltigkeit)을 비전으로 한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을 발표했다.
해당 로드맵은 제조 가치사슬(Value Chain) 전반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디지털화(Digitalization)하고, 이를 표준화해 신제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결국 유연하고 효율적인 제조 인프라 운용·관리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핵심이다. 이때부터 ‘제조 디지털 전환(DX)’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고, 그를 향한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독일은 자체 DX 플랫폼 ‘카테나-X(Catena-X)’를 필두로 전 세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통계청이 지난 202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이 전체 경제 시스템에 차지하는 비율이 27.5%에 달한다. 정부는 이처럼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지대한 제조업을 혁신하기 위한 DX 전략을 수립해왔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산학연관(産學硏官)과 협력하고, 다양한 프로젝트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DX 기반 인공지능(AI)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FA 기술을 토대로 생산성 고도화를 경험한 우리 제조업은 다양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인프라 구축부터 제품 설계, 공정 관리·최적화·표준화, 설비 예지보전·유지보수, 품질검사, 시스템 보안, 양산품 출하 등 제조 전주기에 걸친 시스템 전환이다.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제조 AI 전환 플레이메이커’로 중소·중견 지원 이상무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이하 KOSMO)의 수장으로 활동하는 안광현 단장은 “현시점 국내 제조업은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 이른바 ‘3高 현상’을 비롯해,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 인력 감소 양상을 겪고 있다”며 “여기에 글로벌 생산기지로 인식되는 중국을 필두로, 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등 신흥 제조 유망국에 대한 도전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KOSMO는 중소·중견기업의 DX를 지원하면서도, ‘인공지능 대전환(Artificial Intelligence Transformation, AX)’을 선도하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제조 혁신 지원 전문 기관이다. ‘스마트 제조 혁신을 통한 초일류 제조 강국 도약’을 슬로건으로,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DX·AX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출범한 KOSMO는 앞선 위기를 타개할 핵심 전략으로, DX 기반 보급·고도화 사업을 기획·수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변화에 소극적인 제조 생태계의 인식을 개선하고, 제조 데이터와 AI를 융합한 AX를 이끌고 있다.
안 단장은 “AI·정보통신기술(ICT)·센서 등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제조는 실시간 공정 모니터링부터 변수·품질 예측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며 “특히 최근에도 많은 이슈를 낳고 있는 공급망 측면에서도 업체 간 원활한 데이터 공유를 지원해 다양한 혁신을 기대케한다”고 내다봤다.
기관은 출범 초기 ‘2022년 스마트공장 3만 개 구축’을 비전으로 한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사업’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스마트 팩토리 시대를 열었다. 이 사업은 ‘제조 생태계 내 스마트공장 기반 마련’을 모토로, ‘기초’ 단계의 스마트공장 확산을 청사진으로 삼았다.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닌, 제조 체질 개선을 목표로 한 로드맵이다. 간단히 말해, 차세대 기술을 통한 기존 제조 시스템의 생산성 개선을 궁극적 목표로 한다.
안광현 단장은 이러한 기조를 전환해 지난 2023년부터 하드웨어적 고도화보다, 소프트웨어의 개선·개혁을 미래 방향성으로 점찍었다. AI 기반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유연하고 역동적인 ‘아웃 오브 박스(OUT OF BOX)’ 제조 시대 구축이 그가 바라보는 우리 제조의 미래상이다.
KOSMO는 이를 위해 제조 데이터 표준화, 컨설팅, 사후 서비스 등 수요기업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여기서 수요기업은 스마트 제조 기술을 활용하는 주체로, 다양한 제조 기업이 이에 속한다. ‘제조 데이터 표준화 사업’을 통해 스마트 제조 관련 일원화된 시스템 토대를 구축하고,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수요기업을 지원했다.
특히 데이터 표준은 디지털 공간에서 설비·공정·자산 등 공장의 근본 요소를 연결하는 주요 수단이다. 안 단장에 따르면, 데이터 표준이 완성되면, 소프트웨어가 공장의 기반이 되는 ‘소프트웨어 정의 제조(Software Defined Manufacturing)’ 실현이 가까워진다.
다른 한편, KOSMO는 지난해 대기업, 산학연 등 전문가로 구성된 ‘DX 멘토단’을 신설했다. 이 협력체는 스마트공장 기획 및 사업 계획서 작성, 스마트공장 구축, 사후 서비스까지 전주기 지원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23년, 종전 목표를 뛰어넘는 3만2662개의 스마트공장이 다양한 현장에 배치됐다. KOSMO는 이 과정에서 제조 DX·AX 기술을 각 인프라에 제공하는 ‘공급기업’의 역할을 강조한다. 기관은 규모·특성 등 수요기업이 내재화한 요소를 고려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주체가 바로 공급기업이라고 정의한다.
KOSMO가 공급기업의 역할을 강조한 이유는 간단하다. 복잡한 기술과 설계가 한데 융합되는 스마트공장 특성상, 지속 가능한 기술 공급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프라 구축부터 컨설팅·운영·유지보수까지 다회성 기술 공급이 가능해야 한다는 게 기관의 방침이다.
안 단장은 “장기간 레퍼런스가 축적되면 공급·수요 주체 간 동반 성장이 도모할 수 있고, 나아가 제조 생태계의 고도화를 노릴 수 있다”고 역설했다.

“기술 공급기업은 제조 AX 실현의 ‘혁신 카드’...수요·공급기업 성장 견인할 것”
중소벤처기업부는 차세대 디지털 제조혁신 로드맵 「MIDAS 2027」을 구상했다. 스마트 제조 혁신 정책 1기에 해당하는 기초 단계 스마트공장 구축 목표인 ‘양적 고도화’를 완수한 후 2기의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2기는 지난 1기에서 축적한 역량을 기반으로, 스마트공장 고도화 단계로의 도약을 바라보는 ‘질적 고도화’를 노린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MIDAS 2027」은 2027년까지 약 5000개의 디지털 제조 혁신 고도화 기업을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더해 민간·지역 주도의 2만 개 중소 제조업 디지털 전환을 도모하는 등 정부 주도, 수요기업 위주의 1기 색깔을 지우고, 민간·지자체 협력 중심의 스케일업 기조를 입혔다.
여기에 정부는 지난해 공급기업 육성의 내용을 담은 「스마트제조혁신 생태계 고도화방안」 정책을 발표했다. 스마트 제조 관점에서 분류 체계를 마련하고, 공급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 이 정책의 핵심 개요다.
안광현 단장은 “지난 2017년부터 4년 동안 추진단 사업을 통해 구축된 스마트공장은 기초·중간1·중간2·고도화로 세분화된 ‘스마트 팩토리 고도화 단계’ 중 ‘기초’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KOSMO는 우리 스마트공장이 ‘고도화’ 단계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아울러 안 단장은 “KOSMO는 글로벌 제조 업계 트렌드와 이슈·변수 등을 반영해 AI 기반 지능형 제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비전을 밝히며 “이 같은 차세대 혁신 모델은 대외 환경 변화에 따른 위기를 기회로 이끄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OSMO는 지능형 제조 시스템을 국내 제조업의 선도 모델로 배치했다. 지능형 제조는 작업자 개입을 최소화한 ‘꿈의 제조’ 시스템으로, AI가 그 중심으로 작용한다. 안 단장이 정의한 지능형 제조 구현 핵심 요건에 따르면, 제조 데이터 수집·분석, 예측·최적화 알고리즘, 디지털 트윈 등 가상화 기술 기반 공간 통합, 에지·클리우드 컴퓨팅 인프라, 보안 기술 등이다. 실제로 KOSMO는 지능형 제조 구현을 위한 ‘자율형 공장’을 산업에 배치하기 위해 4년 동안 총 80개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스마트제조 공급기업을 ‘역량 우수기업’, ‘스마트제조 전문기업’ 등 순차적 단계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자동화(Automation)·정보화(Communication)·서비스(Service)·지능(Intelligence) 등 네 개 영역 및 14개 세부 분야 중 머신비전, 제조 AI 등 7대 전략 분야를 선정해 경쟁력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이어 안 단장은 기술 혁신뿐만 아니라, 협력 생태계 구축도 핵심 전략으로 앞세웠다. 그는 “이 시점 제조업은 경쟁보다 상생과 협력을 도모해야 한다”며 “중소·중견 제조 업체가 실질적인 AX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생태계 내 모든 이해관계가 하나의 목표로 융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OSMO는 이 일환으로 ‘디지털 협업 공장’ 구축을 추진해 스마트 제조 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이 공장은 대표 주체 기업을 중심으로, 가치사슬이 연계돼 있는 기업 간 데이터 공유를 지원한다. 구체적으로 스마트공장 간 데이터 기반 상호 연결을 지원하는데, 이는 가치사슬 생태계 전반의 데이터를 기업 간에 유기적으로 공유한다는 점에서 협업의 거점으로 활약할 전망이다.
아울러 안 단장은 “결국 우리 제조 업계가 나아가는 모든 길목의 기반에는 ‘인력’을 빼놓을 수 없다”며 “우리 기관은 국내 제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인재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KOSMO는 ‘스마트 제조 분야 국가기술자격’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학생부터 실무자까지 공급기업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다. 자격증 콘텐츠 기획부터 공급기업이 자격증을 보유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끝으로 안광현 단장은 “우리 제조업에 특화된 우수 인재를 발굴하고, 해당 인재가 업계 안에서 지속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