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값 비싼 홍콩에서 제일 방값이 비싸다는 ‘포시즌스 호텔 홍콩’은 미식가에게도 꿈의 호텔로 통한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네 곳이 모여 있어서다. 3스타 1곳, 2스타 2곳, 1스타 1곳. 다 합해 미쉐린 별 8개가 한 건물 안에 있다. 미쉐린 가이드는 3스타 레스토랑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요리가 매우 훌륭해 특별히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 그럼 8스타 호텔은? 전 세계 미식가가 포시즌스 호텔 홍콩을 일생의 여행지로 꼽는 이유겠다. 포시즌스 호텔 홍콩은 2021년 ‘한 지붕, 8개의 별(Eight Michelin Stars, One Destination)’이란 패키지상품을 내놓은 적도 있다. 이틀간 호텔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경험하는 객실 패키지로, 가격은 약 300만원이었다.
홍콩은 미쉐린 가이드가 사랑하는 도시다. 무려 78곳이나 미쉐린 별을 받아 32개의 한국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물론 홍콩 음식 문화의 뿌리가 되는 광둥 요리 덕분일 테다. 1만원짜리 국수 파는 노포도 미쉐린 별을 걸고 장사 중이니 말이다. 그러나 홍콩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78곳 가운데 광둥 요리 레스토랑은 28곳에 불과하다. 전체의 약 36% 정도다. 홍콩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종류별로 보면, 프랑스 레스토랑이 12곳으로 광둥 요릿집의 뒤를 이으며, 일식이 10곳, 유럽식과 이탈리아식 레스토랑도 각 5곳씩 있다.
흥미로운 건, 다른 나라에서 미쉐린 스타를 받은 외국인 셰프들이 홍콩을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홍콩에 진출한 미쉐린 스타 셰프들은 홍콩에서도 별 수집에 한창이다. 홍콩백끼가 취재한 사례도 여럿이다. 오늘 출연하는 ‘푀유’의 다비드 뛰땅은 프랑스 파리에서 2스타를 받은 셰프고, ‘로가닉’의 사이먼 로건은 영국에서 3스타 셰프로 명성이 자자한 거장이다. 지난주에 출연한 홍콩 유일의 미쉐린 한식당 ‘한식구’도 서울에서 미쉐린 2스타를 받은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가 해외에 첫 진출한 레스토랑이다.
해외에서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홍콩에서 별을 단 셰프도 많다. ‘안도’의 아르헨티나 셰프 아구스틴 발비는 일본 도쿄의 여러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거친 뒤 홍콩으로 건너와 별을 받은 사례고, 미국 뉴욕 출신 셰프 맷 에버겔의 ‘야드버드’는 홍콩에서 이자카야를 열어 미쉐린 스타 셰프가 된 경우다. 홍콩에 둥지를 튼 외국인 스타 셰프를 만날 때마다 물었다. 왜 홍콩이었느냐고. 유럽 출신의 한 미쉐린 스타 셰프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홍콩백끼 ‘미쉐린 산책’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순서로, 유럽식 스타 레스토랑 네 곳이 출연한다. 네 곳 모두 최고급 식재료만 사용하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자, 전 세계 미식 트렌드를 주도하는 하이엔드 레스토랑이다. 오늘 등장하는 레스토랑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비싸다. 한 끼 30만원이 우습다. 그러나 도전할 가치는 충분하다. 세계 미식계의 첨단을 경험하는 일이어서다.
홍콩백끼⑯ 미쉐린 산책 - 유럽 요리
그래픽: 홍콩 미쉐린 스타 많이 받은 요리는?
그래픽: [홍콩백끼 PICK]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18
특급호텔의 특급 요리 - 만다린 그릴+바
전설의 유기농 맛집 - 로가닉
한 잎 한 잎 예술처럼 – 푀유
별 중의 별 - 카프리스
알아두기: 서울에서 즐기는 홍콩의 맛
특급호텔의 특급 요리 - 만다린 그릴+바 ☆
홍콩 유력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1962년 기사를 인용했다. 63년 전 신문기사를 인용한 이유는, 그 먼 옛날부터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당시 이름은 ‘더 만다린’)’이 홍콩의 랜드마크였다는 사실을 환기하기 위해서다. 빅토리아 하버에 우뚝 솟은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은 번잡한 무역항에서 세련된 국제도시로 진화한 홍콩의 눈부신 성장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홍콩의 랜드마크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의 랜드마크가 되는 공간이 호텔 1층의 ‘만다린 그릴+바(Mandarin Grill+Bar)’다. 만다린 그릴+바는 홍콩에서 가장 크고 가장 긴 역사의 스테이크 하우스이자 방대한 주류 라인업을 갖춘 프리미엄 바다. 호텔이 개장한 1963년부터 만다린 그릴+바는 호텔의, 아니 홍콩의 간판 레스토랑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홍콩의 비즈니스맨은 만다린 그릴+바에 앉아 스테이크를 썰고 와인을 홀짝인다. 만다린 그릴+바는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이다. 2010년 이래 줄곧 1스타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