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커진 계절근로자…전문기관 설치되나

2025-02-02

국가가 ‘계절근로 전문기관’을 통해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추진된다. 계절근로자 제도에 대한 국가의 역할 강화로 지자체의 업무 부하와 불법 브로커 문제 등이 해결될지 주목된다.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절근로자 제도의 법적 근거를 만드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상정돼 논의됐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법무부가 농어업분야에서 계절근로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계절근로자 제도는 2015년 도입된 이후 농촌 현장에서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최근엔 고용허가제(E-9) 수요 상당 부분도 계절근로자로 전환되는 추세다. 하지만 고용허가제와 달리 계절근로자는 법적 근거 없이 법무부 지침만으로 운용돼 제도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개정안이 특히 주목받는 건 계절근로 전문기관 도입 근거를 담고 있어서다. 개정안은 전문기관이 우리 지자체와 외국 지자체 사이의 업무협약(MOU) 체결, 외국 인력의 선발·출입국·교육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2023년말 기준 계절근로자의 3분의 1가량이 지자체간 MOU를 통해 들어오는데, 우리 지자체의 인력과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브로커가 이 과정에 개입해 계절근로자로부터 과도한 수수료를 착취하는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지자체의 지원 요구로 2023년 제정된 ‘농어업고용인력 지원 특별법’에 정부가 지자체의 MOU 체결 등을 지원할 수 있다는 근거가 마련되긴 했지만, 이 법에 따라 농업인력 전문기관으로 지정된 농협중앙회·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도 이런 일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개정안에 대한 이견이 없어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면서 “계절근로 전문기관이 도입되면 브로커문제가 크게 개선될 걸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에 있는 곳을 전문기관으로 지정할지, 신설할지를 포함해 구체적 기준은 하위법령에 담을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 역할이 더 필요하다면서 추가적인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는 국회에서 열린 ‘외국인 계절노동자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농어업고용인력법’ 개정을 통한 농정당국의 역할 강화를 주문했다. 해당 내용을 발표한 이소아 변호사는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법률 개정을 제안한 건 법무부가 농업 상황을 잘 모르고 역할도 출입국 관리 등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기복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운영위원장도 “농가는 미숙련 계절근로자들이 현장에 적응하는 기간 동안 인건비를 지원해달라고 하는데, 이런 요구도 농정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협이 만든 개정안 초안은 정부가▲외국인 근로자 출입국 지원사업 ▲외국인 근로자와 사용자에 대한 교육사업 ▲외국인 근로자와 사용자에 대한 상담 등 편의 제공사업을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사용자가 표준근로계약서를 통해 계절근로자와 계약을 하도록 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 의무도 명문화했다.

이처럼 법 추가 개정을 통해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한편 지자체별로 상이한 계절근로자 조례 등을 손질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최선영 변호사는 “현재 시·군 단위 조례를 도 단위로 통합해 일관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또 경남 거창 등 우수 지자체의 MOU안을 토대로 MOU 표준안을 만드는 등 조례와 MOU만 정비해도 계절근로자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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