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기관들, 연구·정책과제서 다양성 관련 프로그램 줄줄이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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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금지가 미국의 과학계에까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과 연구과제의 다양성을 보장해온 프로그램들이 타격을 입게 되면서 창의적인 과학 연구 환경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DEI 정책을 폐기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이후 그 영향이 미국 전역의 정부·민간 과학 기관에 광범위하게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취임 당일인 지난달 20일 연방정부 기관들의 DEI 프로그램을 모두 폐지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어 DEI 업무를 담당해온 공무원들에게는 유급휴직 발령을 내리라는 공문이 발송됐고, 이들은 추후 계약종료 등의 방식으로 해고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의 과학 관련 각급 연구기관들은 정책 의제의 수정에 나섰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여러 프로그램에서 포용성 요건을 삭제했다.
농업에서 발생하는 가스 배출이 대기질과 기후,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프로그램인 팜플럭스(FarmFlux)는 팀에서 '다양한 학생 그룹'을 모집한다는 내용을 삭제했고, 소외 계층 학생들에게 행성학을 소개하기 위해 소규모 학술 기관과 협력하는 '히어 투 옵저브'(Here to Observe)도 홈페이지에서 사라졌다.
국립과학원(NAS)은 최근 수년간 DEI를 핵심 의제로 삼아왔지만, 지난달 31일 다양성·포용성 사무소를 폐쇄하고 웹사이트에서 DEI 관련 주요 링크를 삭제했고, 관련 주제에 대한 프로젝트도 일시 중단했다.
이후 NAS 홈페이지는 인공지능(AI)과 "탄탄한 경제 건설을 위한 우리의 일"을 강조하고 있다.
에너지부 산하 국립연구소들도 다양성과 포용을 강조했던 웹페이지를 내렸고, 에너지부는 포용적이고 공정한 연구에 대한 홍보 역시 중단했다.
미 국립과학재단(NSF)은 DEI 관련 계획에 주는 상에 대한 기관 차원의 재검토를 진행 중이다.
NSF의 지원을 받아 DEI 관련 연구를 진행했던 과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준수하는 방법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연방정부 산하 연구기관들이 행정명령으로 과도하게 위축되면서 혼란과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과학계에선 이번 행정명령과 그에 따른 연구자와 지원과제의 다양성 축소가 향후 연구환경에 가져올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던캘리포니아대 줄리 포셀트 부학장은 "(미국이) 과학에서 세계 최고의 국가가 되려면 인구 전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DEI 프로그램은 미국을 구성한 다양한 사람들이 과학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보장해왔다"고 강조했다.
dylee@yna.co.kr(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