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 니들이 이럴 수 있어?”…‘날 밟고가라’던 전두환 분노

2025-02-11

‘노태우 비사’ 연재를 시작하며

우리는 지금 제6공화국에 살고 있습니다. 1987년 민주화 당시 ‘대통령 직선제’ 개헌으로 만들어진 6공화국 헌법이 지금 우리 헌법입니다. 6공화국의 출발이 노태우 정부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처한 국내외적 정치 환경의 틀이 당시 만들어졌습니다.

국내적으로 36년간의 군부정권(박정희·전두환 시대)을 청산하고 민주사회로 전환하는 진통기였습니다. 국제적으로는 해방 이후 냉전에 갇혀 있던 한국이 공산권 국가(중국·소련)와 수교, 글로벌 국가로 도약하던 격동기였습니다.

‘노태우 비사’는 노태우 정권 시절의 정치 이면을 파헤치는 기획취재입니다. 2024년 중앙일보 더중앙플러스에 연재된 ‘전두환 비사’의 후속입니다.

제1부. 잘못 끼워진 6공의 첫 단추

1회. ‘총선 승리용 희생양’ 전경환의 비밀출국

동생 공천 거부당한 전두환의 분노

노태우 대통령 취임식(1988년 2월 25일)을 며칠 앞두고 청와대를 떠날 준비에 바쁘던 전두환 대통령이 김윤환 비서실장과 김용갑 민정수석을 아침 일찍 호출했다. 김용갑이 먼저 도착해 집무실에 들어섰다. 겨울이라 아직 어두컴컴한 방에 불도 켜지 않고 앉아 있던 전두환이 다짜고짜 질문을 던졌다.

“이봐, 민정수석, 민정당(5공화국 여당) 누가 만들었나?”

김용갑은 대통령의 엉뚱한 질문에 대답을 못 했다. 대통령이 스스로 답했다.

“내가 만들었지.”

김용갑이 “예 그렇습니다”고 하자 전두환이 곧바로 다시 질문했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전부 몇 명이야?”

김용갑은 “대략 300명쯤 될 겁니다”라고 답했다. (정확하게는 299명) 전두환이 곧바로 말을 받았다.

“이봐, 국회의원 300명 중에 한 명쯤은 내 맘대로 시켜도 되는 것 아니야?”

김용갑은 비로소 전두환이 동생 전경환의 국회의원 공천에 대해 얘기하는 것임을 알아챘다. 전경환은 1988년 4월 총선에 출마하길 원했다. 노태우와 6공 입장에선 어불성설(語不成說)이었다. 전경환은 ‘5공과의 차별화’ 차원에서 기피 대상 1호였다.

전두환의 추궁이 이어졌다.

“난 그동안 민정수석 얘기 다 들어줬어. 이번에도 마찬가지야. 확실히 얘기해봐. 경환이가 정치하고 싶어 하는데, 이번에 합천(전두환 고향인 경남 합천군)에 공천해도 되는 거 아니야?”

5공 충신이지만 동시에 6공 창업공신인 김용갑은 분명히 반대 입장을 밝혀야 했다.

“안 됩니다. 시중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새마을중앙본부 회장 당시 문제와 관련해 말이 많습니다.”

김용갑은 어둠 속에서도 전두환의 표정이 굳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두환이 “그래 좋다. 출마 안 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그런데 너희들, 나한테 이럴 수 있는 거야?”

김용갑은 여기서 ‘너희들’이란 말이 귀에 들어왔다. 민정수석인 자신만이 아니라 노태우 당선인을 비롯한 6공 세력 모두에 대한 분노였다. 5·6공 갈등이 시작됐다.

전경환의 비밀출국과 함정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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