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美로 몰려간 서학개미…순매수 180배 급증

2025-10-09

추석 연휴 기간 국내 증시가 휴장하자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미국 증시로 향했다. 금리 인하 기대와 인공지능(AI) 관련주의 성장에 대한 확신이 맞물리면서 올해 추석 연휴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지난해의 180배로 급증했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0월 3일과 6~8일(4일) 동안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약 7억 3000만 달러(약 1조 390억 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추석 연휴(9월 16~18일) 3일간 순매수액 410만 달러(약 58억 원)에 비해 무려 180배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다.

이 같은 폭발적 순매수는 AI 랠리 속에서 미국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영향이 컸다. 8일(현지 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0.58% 오른 6753.72, 나스닥지수는 1.12% 상승한 2만 3043.38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4만 6601.78로 고점을 유지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8일째 지속됐지만 AI 낙관론 덕분에 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팰런티어(1억 1898만 달러)로 나타났다. 이어 테슬라 2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1억 1017만 달러), 테슬라(8858만 달러), 메타(8827만 달러), 엔비디아(4769만 달러), 브로드컴(4743만 달러)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는 미국 장기 국채 ETF와 S&P500, 애플 등이 순매수 상위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8개 종목을 AI·전기차 관련주가 차지했다. ‘금리 방어형’에서 ‘성장 확신형’으로 투자 성격이 완전히 전환된 가운데 AI 산업 전반에 대한 확신 매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보관금액 기준으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8일 기준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종목은 테슬라·엔비디아·팰런티어·아이온큐·애플 순이었다. 개인들이 AI 반도체뿐 아니라 데이터 분석, 응용 기술, 하드웨어 등 생태계 전반을 ‘장기 보유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으로의 자금 쏠림이 심화하며 추석 연휴 기간 증시가 열려 있던 다른 해외시장에서는 순매수 금액이 미미하거나 순매도로 돌아섰다.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연휴 기간 동안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다 9일 4만 8580엔으로 역대 종가 최고치를 다시 한 번 넘어섰음에도 일본에서는 32만 달러만 소폭 순매수했다. 일학개미들은 일본 내수 관련주, 지수 ETF, 반도체 관련 종목들을 사들였다. 3~8일간 순매수 상위 종목은 회전초밥 체인점 ‘스시로’ 운영사인 푸드앤라이프컴퍼니, 호텔 체인 운영사인 레드플래닛, 소니, 미쓰이물산, 닛케이 225 추종 ETF, 키옥시아홀딩스 등으로 나타났다.

연휴 기간 내내 파란불을 켠 홍콩 시장에서 중학개미들은 약 169만 달러를 순매도했다. 다만 알리바바, SMIC, 유비테크로보틱스, 중국 우량기업 50곳을 추종하는 ETF 등 AI·반도체·로봇 관련 기업은 꾸준히 매수세가 이어졌다.

한편 미국 증시 상승과 함께 안전자산과 대체자산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금 현물 가격은 8일 트로이온스당 404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비트코인 역시 6일 장중 12만 6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미 연방정부 셧다운, 유럽 재정 불안에 더해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내정 이후 금리 인상 지연과 재정 확대 기대가 겹치며 글로벌 유동성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동시에 밀어올린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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