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10대 대기업 그룹 가운데, 방산과 조선주를 등에 업은 한화가 최근 1년간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주 훈풍으로 삼성과 SK의 시가총액도 크게 증가했다. 반면 업황 부진과 잇따른 인명사고로 잡음이 잦았던 포스코는 시가총액 3분의 1 가까이 증발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일 한화그룹 상장사들의 시가총액 합산은 1년 전 40조 3264억 원에서 125조 5156억 원으로 약 3.1배(211%) 늘어났다. 개별 종목별로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시가총액이 14조 1070억 원에서 56조 5650억 원으로 300% 이상 늘었다. 한화오션(042660)(264.4%), 한화엔진(082740)(264.2%), 한화시스템(272210)(236.3%) 등의 시가총액도 크게 증가했다.
한화의 뒤를 이은 그룹은 HD현대와 SK로, 1년 새 시가총액 합산이 각각 58조 8348억 원에서 136조 2477억 원(131.6%), 196조 5926억 원에서 361조 9081억 원(84.1%)으로 늘었다. 뒤이어 삼성(32.4%), 현대자동차(19.6%), 신세계(13.1%), GS(9.3%) 순서였다.
지난 1년간 한화와 HD현대는 올해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조방원’(조선·방위산업·원자력) 관련 종목 덕을 톡톡히 봤다. 방산 대장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해 조선주와 관련 종목인 한화오션, HD현대조선해양(125.0%), HD현대미포(010620)(105.0%), HD현대마린엔진(071970)(355.8%) 등 상당수가 조방원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었다.
SK와 삼성도 인공지능(AI) 기술주 훈풍을 탔다. 국내 증시 시총 1위인 삼성전자(005930)는 365조 9480억 원에서 526조 8480억 원으로 44.0% 늘어났고, 최근 강세장의 주역으로 꼽히는 반도체주 SK하이닉스(000660)의 시가총액도 123조 1050억 원에서 287조 9250억 원으로 133.9% 증가했다.
유례없는 강세장에서 시총이 줄어든 그룹도 있다. 본업인 철강 업황 부진과 잇따른 현장 인명사고로 도마 위에 오른 일이 잦았던 포스코그룹의 시가총액은 65조 6377억 원에서 47조 8542억 원으로 27.1% 줄었다. 중국 기업의 추격으로 TV·가전·배터리·석유화학 등 그룹 사업 전반적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한 LG그룹의 시가총액도 170조 7018억 원에서 154조 0370억 원으로 9.8% 감소했다. 롯데케미칼(011170)과 롯데건설 등 주요 계열사의 수익성 악화를 겪은 롯데그룹 역시 시총이 16조 7205억 원에서 14조 9986억 원으로 10.3% 줄었다.
이에 따라 10대 그룹의 시가총액 순위도 1년 새 크게 바뀌었다. 삼성과 SK가 부동의 1·2위를 지켰으나 3∼7위는 모두 바뀌었다. 1년 전 3위였던 LG가 4위로 내려가고, 4위였던 현대자동차가 3위로 올라섰다. 5위였던 포스코는 두 계단 밑인 7위로 내려갔고, 지난해 6·7위였던 HD현대와 한화가 각각 5·6위로 한 계단씩 올라섰다. 8∼10위는 1년 전과 마찬가지로 롯데·GS·신세계 순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