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은 위험 감수, 채권은 안전 선호 성향을 대표하는 투자상품이다. 채권은 오랫동안 보수적인 투자자들의 안식처였다. 확정적인 이자수익과 원금보전은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매력적이었다. 특히 장기간 보유할 때 세제 혜택이 적용되고, 표면이자율(채권에 표시된 이자율)이 낮을수록 절세 효과가 커져 장기 보유가 정석이었다.
2020년 코로나19 위기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정책금리를 대폭 낮추자 장기 채권 가격이 급등했다. 투자자들은 채권으로도 큰 시세차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경험했다. 이어 시중에 돈이 넘쳐나고 공급 부족으로 물가가 치솟자, 각국은 금리를 급격히 올렸다. 채권의 투자 매력이 다시 살아난 순간이었다.

국내 공모 채권시장은 코로나19 이전 1826조원에서 현재 2724조원으로 50% 급증했다. 개인 투자액도 10조원에서 52조원으로 급증했다. 채권은 더는 보수적 투자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금리 변동을 활용해 수익을 노리는 적극적 투자자들의 새로운 전장이 되었다.
해외 채권 열풍도 거세다. 2024년부터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고, 인하 속도가 느린 미국 덕분에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적극적 투자자들은 이자수익과 시세차익은 물론 환차익까지 노리며 채권을 글로벌 경제에 베팅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채권시장은 ‘무채색 공간’에서 다양한 전략이 펼쳐지는 역동적 시장으로 변모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4.0~4.25%로 낮췄고, 추가 인하 가능성도 시사했다. 일본은 가장 늦게 금리 인상을 시작했지만, 채권시장이 미래를 선반영한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이 커지고 있다. 오랫동안 초저금리였던 일본 채권은 이제 절세 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매력적 상품으로 탈바꿈했다.
채권 투자 방식이 크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보수적인 투자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과 환차익까지 노리는 적극적인 투자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는 위험도 따른다. 채권시장의 가격 변동 폭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특성이 약해질 수 있다. 앞으로 채권시장은 안전한 투자와 위험한 투자의 경계에서 더욱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을 보일 것이다. 특히 환율 급변, 해외 경기 침체,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 등은 채권을 고위험 투자 수단으로 만들어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는 자신의 투자 성향을 고려하여 위험 관리와 분산 투자를 통해 균형 잡힌 전략을 세워야 한다.
양원택 한국투자증권 투자상품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