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9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엔화가 1달러=153엔대에서 거래됐다. 주요 7개 통화의 달러 대비 하락률을 보면, 엔화의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일본의 차기 총리 취임이 유력한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금융완화 노선을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퍼지면서 엔화를 매도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달러/엔 환율은 한때 1달러=153.30엔 부근까지 떨어지며, 약 8개월 만에 엔화 약세·달러화 강세 수준을 보이고 있다.
최근 엔화 환율은 자민당 총재 선거 전인 10월 3일과 비교해 약 4% 하락했으며, 주요 통화 중 달러 대비 하락 폭이 가장 크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총리 사임 등으로 정치 불안이 부각되며 유로화가 달러 대비 1.6% 하락했고, 8일 중앙은행이 대폭 금리 인하에 나선 뉴질랜드 달러도 1.5% 하락했지만, 엔화의 낙폭은 이들보다 더 컸다.
UBS는 "이번 주 엔화는 2024년 9월 이후 가장 약세를 보이는 한 주가 될 전망"이라며, "투기적 엔화 매수 포지션 청산이 이어질 경우 일시적으로 1달러=155엔 방향으로 오버슈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9일 밤 일본 민영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나친 엔저를 유도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와 일본은행(BOJ)이 2013년에 맺은 조기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공동성명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다카이치 총재가 금융완화 색채를 다소 조정하는 발언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참가자들은 여전히 엔화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포렉스닷컴의 마이클 부트로스 수석 테크니컬 스트래티지스트는 "현재의 엔화 환율 수준은 엔화 매수 포지션 일부를 축소하기에 좋은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ING의 금융시장조사부문 글로벌 헤드인 크리스 터너는 "BOJ의 금리 인상이 내년 이후로 미뤄질 경우, 엔화에 대한 하방 압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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