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금 '영끌'로 집 사면 안되나요

2025-10-09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지금 영끌해서 집 사야 돼?" 부동산 관련 취재를 하면서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다.

지난 6·27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된 데 이어 정부가 추가 규제까지 검토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시장은 또다시 술렁이고 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더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그 여파로 인터넷 커뮤니티나 부동산 카페에서는 "지금이라도 영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데자뷔 같다. 몇 년 전 유행처럼 번졌던 단어가 다시 회자되는 장면은 현재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한 민낯이 또다시 드러난 셈이다.

'영끌'은 젊은층의 절박함을 대변하는 단어이자 하나의 선택지다. 누군가는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는 벼락거지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전 재산은 물론 미래 소득까지 끌어 집을 산다. 하지만 결과는 엇갈린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국면에서 이자 부담을 버티지 못해 집을 되팔고 후회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지출을 줄이고 생활수준이 다소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내 집이 있다는 안정감에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같은 '영끌'이지만 그 끝은 희비가 엇갈린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선택의 순간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정부가 주택공급 방안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그동안 관망세를 보이던 수요가 매매시장에 뛰어들고, 집값 역시 반등하고 있다. 과거에 기회를 놓쳐 시기를 기다리던 '예비 영끌족'들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정부가 뒤늦게 가계부채 관리와 시장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규제의 고삐를 죄지만 정작 개인의 불안 심리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공급 신뢰, 제도적 안전망은 여전히 미흡하다. 결국 다시 영끌이라는 선택지가 눈앞에 놓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내 집 마련은 우리 사회에서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생존 전략'에 가깝다. 전세 제도가 흔들리고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는 현실 속에서 주거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욕구는 당연하다. 터를 잡기 앞서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떠안게 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앞서는 탓에 여기저기 자문을 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의 가격 변동폭이 있는 한 '영끌'이란 단어는 없어지긴 힘들다. 5억원짜리 집을 산다고 가정했을 때 가용한 자금을 3억원 보유한 사람과 1억원 보유한 사람이 받아야 하는 대출금액은 다르다. 하지만 가격이 7억원으로 오른다면 3억원을 보유한 사람도 '영끌족'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소득과 지출 구조 속에서 얼마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무게를 감내하면서도 삶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 영끌의 유혹이 다시 고개를 드는 지금 '시기'를 따질 게 아니라 버틸 수 있는 '계획'을 잘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min7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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