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부자들 여기에 현금 묶였다…'가난한 백만장자' 급증, 무슨 일

2025-10-10

“휴가용 별장, 개인 제트기와 요트, 오트 쿠튀르(고급 의상) 쇼핑 같은 고전적인 백만장자 라이프스타일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10일 블룸버그는 “현금에 쪼들리는 백만장자(cash-strapped millionaires)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같이 현상을 전했다. 자산은 주택이나 연금에 묶여 있고, 물가 상승과 금리 부담이 겹치며 실제 느끼는 부유감(富裕感)이 떨어지고 있다. 상당수는 현금성 자산이 부족한 ‘종이 백만장자’(paper millionaire·문서상 백만장자)라는 것이다.

블룸버그가 정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 전체 가구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400만 가구가 순 자산 기준 백만장자로 분류된다. 최근 6년간 50%나 급증했다. 하지만 2023년 기준 순 자산이 100만~200만 달러(약 13억~26억 원)인 가구들은 가진 돈의 66%를 주택이나 은퇴 후 쓸 수 있는 연금(401(k), IRA)에 묶어두고 있었다. 2017년보다 8%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500만 달러 이상 자산가의 경우 현금화가 쉬운 은행이나 증권계좌 예치가 24%에 달하지만, 100만 달러 언저리 자산가의 경우는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 비중이 17%에 불과했다.

마리너 웰스 어드바이저스의 애쉬튼 로렌스는 “백만장자라는 단어는 한때 자동적으로 부유함을 의미했지만, 이제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더는 충분하지 않다”고 짚었다.

높은 대출 금리도 ‘백만장자’의 통념을 바꾸는 데 한몫했다. 자산을 현금으로 바꾸는 것을 어렵게 해서다. 미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89%로 2022년의 두 배 수준이다. 증권사의 증거금 대출 금리는 10~11%에서 시작한다. “자산의 가치와 상관없이 이자율이 높으면 자신이 덜 부유하다고 느낀다”(재정설계사 니콜 고포이안 위릭)는 분석이다.

한국의 부자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미국 백만장자들이 연금과 주택에 자산이 묶여 있다면, 한국은 부동산에 훨씬 더 기울어져 있다. KB금융의 ‘2024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부자(금융자산 10억 이상)의 부동산 비중은 55.4%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거주용 주택이 32%로 가장 비중이 크고, 현금 등 유동성 금융자산은 11.6%에 불과했다. 소위 ‘부자’들 중에도 자산의 3분의 1이 주택에 묶여 있는 것이다.

부자를 가르는 기준선도 올라갔다. 블룸버그는 뉴욕의 ‘잘 사는 집’을 일례로 2017년엔 침실 네 개짜리 집과 메르세데스 세단 두 대, 두 자녀의 아이비리그 교육, 휴가용 별장, 보트까지 두며 생활하려면 약 140만 달러(약 20억원)가 들었지만, 2023년에는 210만 달러(약 30억원)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머피 앤 실베스트 자산운용의 수석 재무 설계사인 토마스 머피는 “일부 젊은이들이 부모 세대의 생활 수준을 누리지 못한다는 좌절감을 느끼는 간접적인 원인 중 하나”라며 “(부모세대는) 100만 달러면 충분했지만, 오늘날 그들에게는 실제로 1000만 달러는 있어야 여유롭다고 느낀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우 한국갤럽의 지난 2월 조사에선 부자의 기준은 평균 재산 33억원을 꼽았다. 5년 전보다 약 10억원이 올랐다. 갤럽은 “예나 지금이나 보통 사람에게 10억 원은 쉽게 만질 수 없는 큰돈이지만, 이제 부자와는 거리감 있다고”고 짚었다. 지난 6월 한 언론사 조사에서는 부모 세대는 부자의 기준으로 자산 10억원 이상을 가장 많이 고른 반면, 20대(27.9%)와 30대(26.6%)는 20억 원 이상이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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