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사회의 경제·사회적 여건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연금과 고용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연내에 연금과 고용 관련 입법이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연금 제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지고 있고, 개인의 연금 준비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년 연장 논의가 재차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논의는 대체로 당위론 차원에 머물러 있어, 모든 세대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보인다.
연금·고용 관련 연내 입법 전망도
개혁 관련 세대별 인식 차이 뚜렷
청년층 공감 반영한 정책 추진을

한국의 인구 구조를 보면 40~50대가 경제활동의 중심을 이루고 있으나, 60대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60대 이상 세대는 노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금제도에 대체로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공적연금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정년 연장이나 재고용을 선호한다.
반면, 20~30대의 청년세대는 인구 비중이 줄어들어 집단의 목소리가 약해지고, 개별적 관심이 강해져 그들의 의견이 공론 형성으로 충분히 이어지기 어렵다. 이들은 국민연금을 30년 뒤에나 받을 수 있는 소액의 급여로 인식하거나, 아예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정년 연장이나 고령층의 재고용은 청년층이 선호하는 대기업과 공기업의 일자리를 잠식할 위험 요인으로 여긴다. 어느 한 직장에서 은퇴할 의지가 크지 않은 청년세대에게 정년 연장은 자신들의 고용과 임금 수준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개인화가 진행된 청년세대들이 연금개혁에 대한 의견을 집단으로 표출할 기회가 많지 않고, 관련 전문가들도 이런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실증 연구에 갈증을 느껴왔다. 그런데 최근 한국고용복지학회가 전국 만 20세 이상 근로자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32.9%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27.4%는 “신뢰한다”고 응답해 신뢰하지 않는 비율이 5.6%포인트 높게 나왔다. 연령별로는 20~40대 등 저연령층에서 신뢰도가 낮게 나타났고, 50대 이상 고연령층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구체적으로 보면 60대의 국민연금 신뢰 비율은 47.1%, 50대는 33.3%, 40대는 24.4%, 20대는 20.5%, 30대는 15.5%였다. 젊을수록 신뢰도가 낮은 것이 눈에 띈다. 국민연금제도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로는 “언제 기금이 고갈돼 연금을 못 받을 것 같아서”(71.0%)와 “내가 낸 보험료에 비해 나중에 받을 연금액이 너무 적을 것 같아서”(10.9%)라는 응답 순이었다.
20대의 27.2%와 30대의 24.1%는 ‘불공정한 국민연금 수급의 제도 개선이 부진하다’고 인식했다. 젊은 세대의 이런 문제의식은 50대의 14.6%와 60대 이상의 10.8%보다 월등히 높았다. 그만큼 세대 간에 인식 차이가 컸다. 공정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눈에 국민연금은 그다지 공정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부담으로 인식됐다.
국민연금공단이 향후 민간 금융회사가 운영하는 퇴직연금 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 37.4%가 반대했고 28.2%는 찬성했다. 60대 이상 33.4%, 50대 37.3%, 40대 34.0%, 30대 42.2%, 20대 39.7%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특히 20~30대 청년층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두드러졌다. 반대하는 이유도 세대별 차이가 뚜렷했다. 젊은 세대는 자신들의 퇴직금을 스스로 운영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20대 25.0%, 30대 24.4%), 기성세대는 국민연금에 운용 손실이 생길 경우 국민 세금의 부담 전가 위험을 지적했다(50대 27.4%, 60대 이상 36.2%).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연금제도와 정년연장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는 필수적이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고령화가 현실화해 연금제도를 확충하고 더 오래 근로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 비중이 줄어드는 청년세대의 의견이 정책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면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 단순한 당위론에 기대기보다는 더 광범위하고 자세한 현황 파악을 통해 세대별 현실과 인식을 면밀히 반영한 정책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용일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