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용돈’ 대신 ‘내 힘’으로 노후 대비…바뀌는 부양 문화, 고령층 생계 현실
“아들아, 괜찮다…이젠 내가 벌어먹고 산다”
자식이 노후를 책임지는 시대는 이제 저물고 있다.
부모 세대의 생활비를 자녀가 지원하던 관습이 빠르게 사라지며, 노년층이 스스로 생계를 꾸려가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8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65세 이상 고령층 가구의 월평균 사적이전소득은 24만2937원으로, 1년 전보다 5.5% 감소했다. 2021년 이후 최저치로, 4년 만에 3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사적이전소득은 자녀나 친척으로부터 받는 용돈·생활비 등 비공식 지원을 뜻한다. 1980년대에는 60세 이상 가구의 주요 소득원 중 75.6%가 자녀 용돈에서 나왔다.
1995년 56.6%, 2003년 31.4%로 줄더니, 올해 2분기엔 7.5%에 그쳤다. “부모 부양은 자식의 의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서 희미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부모 부양은 자식의 의무” 인식, 사회 전반에서 희미해져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 청년층의 취업난과 중장년층의 조기 은퇴, 부양의무 완화 정책 등을 꼽는다.
정부가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한 것도, 변화한 가족 구조와 세태를 반영한 결과다.
이제 고령층의 생계는 자녀의 도움이 아닌 본인 소득과 정부 지원이 중심이 되고 있다.
고령층의 근로 참여가 두드러진다. ‘황혼의 노동’이 일상이 된 셈이다. 다만 일자리가 단기·저임금 위주로 몰려 있다는 점은 여전히 과제다.
◆‘황혼의 노동’ 일상화…단기·저임금 위주로 몰려
정부 지원 확대는 고령층의 새로운 버팀목이 되고 있다. 65세 이상 가구의 공적이전소득은 올해 2분기 4.2% 증가한 115만2526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식보다 나라가 낫다’는 자조 섞인 말이 현실이 된 이유다. 그러나 그만큼 국가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층 생계가 자녀에 의존하지 않는 건 시대의 흐름”이라며 “다만 그만큼 국가의 책임이 커졌다는 뜻이다. 공공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차원의 고령 일자리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전문가는 “고령자 고용률이 늘어난 건 긍정적이지만, 대부분 생계형 일자리”라며 “경륜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질 좋은 노년 일자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적이전소득 감소는 구조적 변화”라며 “자녀 세대의 경제적 여유가 줄고, 고령층도 자립을 전제로 노후를 준비하는 흐름이 강화됐다. 이에 맞는 연금 개혁과 사회안전망 재정비가 필수”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단기 지원보다 장기적 재정 안정…고령친화적 일자리 인프라 병행돼야”
또 다른 전문가는 “부모 부양 책임이 개인화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며 “가족 중심의 부양 문화에서 ‘자립형 노후’로의 전환이 진행중”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시대적 요구였지만, 복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단기적 지원보다 장기적인 재정 안정과 고령친화적 일자리 인프라가 병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여성 고령층은 과거 경제활동 참여가 낮아 연금이 적다”며 “여성 노인을 위한 맞춤형 복지와 소득보장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힘주러 말했다.
‘자식의 용돈’이 사라진 시대, 이제 노후의 해법은 ‘스스로 일하고, 사회가 함께 지탱하는 구조’에 있다.
급속히 고령화되는 한국 사회가 지속 가능한 노후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지, 지금이 그 분기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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