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남자들에 대하여
리처드 리브스 지음·권기대 옮김·민음사·2만2000원

“나는 25년에 걸쳐 소년과 남자들을 걱정해왔다.” 이 책의 첫 문장이다. 세 아들의 아버지이자 계층, 불평등 문제를 연구해온 경제학자인 저자는 통계자료들을 가져와 오늘날 어떤 부류의 소년과 남자들이 겪는 곤란에 대해 돋보기를 가져다 댄다. 소년들은 학업에서 뒤처지고, 전통적으로 소위 남성적이라 불려왔던 일자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특히 빈곤층 남성은 ‘강자’이면서도 경제·문화적 ‘하층민’이라는 ‘이중의 굴레’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진보는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보수는 오직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고만 할 뿐이다.
저자는 이런 문제의 해결책으로 남학생의 입학을 늦추고, 직업에 있어 남녀 성별 분류를 없애는 등의 시도를 제안한다. 또한 저자는 이런 접근이 결코 현재 존재하는 여성 임금 격차 등 성별 불평등의 현실을 외면하려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현실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각의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어의 투쟁
이창용 지음·빨간소금·1만5000원

국내 이주배경 인구의 증가와 한국문화의 유행으로 한국어 학습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언어학습 앱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이들도 1700만명을 넘어섰다. 그런데 과연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교원’의 처우는 어떨까? 이들은 1년 미만 계약, 주 15시간 미만 수업으로 평균 연봉 1357만원을 받고 있다. 이들은 현장에서 언어 교육을 넘어 문화 적응 및 돌봄의 역할까지 도맡는다.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이 노동에 대한 제대로 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사회에선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도 못한다. 20년 넘게 한국어교원으로 활동하며 투쟁해온 저자가 한국어교원 노동과 교육의 현실을 생생하게 전한다.

서울대의 이슈
김유민 외 지음·출판공동체 편않·1만9900원
동시대 저널리즘의 지대를 탐구해온 ‘편않’의 ‘우리의 자리’ 시리즈 아홉 번째 권. 서울대 교지 출신 기자들이 이 시대 대학, 언론, 정치의 의미를 고민한다. 그들의 ‘자리’에 대한 고민은 오늘날 정치와 언론의 자리에 대한 고민과 맞닿아 있다.
가도 가도 왕십리
김창희 지음·푸른역사·2만2000원

왕십리와 이어지는 ‘광희문’은 시체가 드나든다 해서 ‘시구문’ 등으로 불렸다. 빈민층 삶의 터전이 됐으나 조선시대 시가 중 이를 다룬 건 드물다. 만담가, 막노동자 등 왕십리와 인연이 있는 22인의 삶을 통해 왕십리의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AI 미디어 생태학
이광석 지음·안그라픽스·2만5000원

불과 수년 사이에 거의 모든 분야에서 ‘AI’, ‘혁신’ 등의 단어가 강조되고 있다. 저자는 기술을 맹신하는 낙관주의와 기술에 반대하는 비관주의라는 이분법을 넘어 그 복잡한 경계를 직시하고 대응할 필요성을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