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혁·명태균’ 암초 만난 여야정協… 민생정책은 표류 중

2025-03-03

尹·李 선고 앞둔 3월 국회… 강대강 대치 예고

추경·연금개혁 등 민생현안 산적

여야, 조기 대선 염두에 두고 공방

野 “헌정회복이 먼저” 보이콧 고수

馬 임명·明 특검법 통과 연일 압박

명태균 특검법 부결 당론 정한 與

권성동 “馬 임명땐 헌재 좌익 서클”

반도체법·연금개혁도 이견 못좁혀

국회가 5일부터 3월 임시국회를 연다. 민생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폭발력이 큰 정쟁거리가 많아 3월 국회 전망도 잿빛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이번 달 거대한 정치이벤트를 여럿 앞두고 있다. 우선 이달 중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와 그에 따른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론이 나온다. 탄핵 ‘인용’이든 ‘기각’이든 정치적 후폭풍은 그 어느 때보다 거셀 전망이다. 탄핵 찬성과 반대로 나뉜 진영 대결은 내전 수준이어서 헌재 결정 이후 정치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26일에 나온다. 이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이는 의원직 상실 및 향후 10년간 피선거권 제한에 해당하는 형량이다. 항소심에서도 동일한 형량이 유지될 경우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높아질 대로 높아진 ‘정치적 파고’가 연달아 정치권을 덮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민생 현안들은 또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우려된다.

임시국회 개회를 하루 앞둔 이날 여야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과 명태균 특검법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갔다. 야당은 마 후보자를 임명하기 전까지는 여·야·정 국정협의회에 참여할 수 없다며 민생 논의 이전에 마 후보자 임명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MBC라디오에서 ‘마 후보자가 임명될 때까지 여·야·정 협의회를 보이콧하는 건가’라는 질문을 받고 “일단은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국정협의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헌정 질서의 회복인데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당사자가 누구인가”라며 “지금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내란 대행’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김윤덕 사무총장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마 후보자 임명과 명태균 특검법 통과를 국정협의회 참여의 선결 조건으로 제시하며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김 사무총장은 “민주당은 3월 국회에서 다시 민생과 미래에 전력하겠다”면서도 “헌법재판관 임명과 명태균 특검법의 공은 이제 정부·여당에 넘어갔다”고 못 박았다. 국정협의회와 관련해 김 사무총장은 “4일 국무회의 결과 등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최 권한대행과 여당이 마 후보자 임명 거부를 이어가거나 명태균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정협의회 보이콧을 지속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로썬 여·야·정 국정협의회는 실무협의조차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8일로 예정돼 있던 국정협의회는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데 항의하는 의미로 보이콧하면서 당일 취소된 바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에서 “국회의 헌법재판관 추천은 여야 합의가 오랜 관행이지만 이번 마 후보자 추천에서 민주당은 여야 합의 정신을 무시하고 일방 독주했다”며 “마 후보자가 임명되면 헌법재판관 총 9명 중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무려 4명이 된다. 사법부 내부의 일개 ‘좌익서클’이 이렇게 다수를 점하면 헌재에 대한 국민적 신뢰까지 흔들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어 최 권한대행을 향해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는) 야당의 겁박에 동요하지 않아야 한다”며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정치적 혼란을 무리한 헌법재판관 임명으로 더욱 가중해서는 안 된다. 마 후보자 임명을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이 마 후보자 임명을 고리 삼아 국정협의회 참여를 중단한 것에 “국정협의회를 이렇게 걷어차도 되느냐”며 “추경, 국민연금, 반도체특별법, ‘하늘이법(직무수행 곤란 교사 직권휴직법)’, 상법 개정안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거부권 행사 시한이 오는 15일까지인 명태균 특검법과 관련해서도 여야의 신경전은 가열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보수진영을 무차별적으로 초토화하려는 의도라며 부결 당론을 정했으며 재표결 시에도 이탈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여권 잠룡’ 중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거듭된 부인에도 명태균씨와 관련된 의혹이 남아 있는 터라 정파에 따라 재표결 시 이탈표 가능성을 배제하진 못한다.

민주당은 명씨와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는 여권 인사들을 주축으로 공세를 이어갔다. 민주당 김 사무총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며 “국민의힘이 내란세력과 운명공동체로 남지 않고 민생과 미래를 논할 수 있는 정상적인 정당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생 현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의 접점도 보이지 않는다. 여야는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해 고소득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적용 예외 조항’ 도입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일 서울 중구 숭의여대에서 열린 제106주년 삼일절 기념식에서 민주당 이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3년만 적용하는 것으로 선 합의하자는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이 대표의 부정적 반응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금개혁안 논의를 두고도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과 ‘보험료율 13%’에는 의견을 모았지만, 소득대체율과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 핵심 쟁점에서의 견해차가 확고하다. 국민의힘은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전제로 소득대체율을 43∼44% 수준으로 하자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자동조정장치는 현재의 모수개혁 단계에서는 논의할 수 없고 모수개혁을 우선 처리한 뒤 구조개혁 단계에서 추후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논의해 보자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편성과 관련해 여당은 선별복지를, 야당은 보편복지를 추구하며 명확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박지원·조희연·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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