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주택은 싸게 LH에 매각…은행 ‘2000억+α’ 부담 떠안아

2025-12-11

당정은 최소 보증금 보장 이외에도 은행이 보유한 피해 주택에 대한 선순위 저당채권의 회수액(배당)을 시세 대비 일정 비율 낮춰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매각하는 방식을 추진 중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채권 회수액을 인위적으로 줄여 받아야 하는 만큼 사실상 추가적인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피해자 대상 저리 대출 지원까지 추진하면서 20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은행권에서는 교육세 인상에 부실채권 정리를 위한 배드뱅크 설립, 각종 포용 금융 등 각종 정책에 은행의 자금을 동원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정부의 인정을 받은 전세사기 누적 피해자는 11월 말 기준 3만 5246명이다. 지난달에만 765명의 피해자가 추가 인정됐다. 이 가운데 LH가 그간 매입한 전세사기 피해 주택은 지난달 25일 기준 총 4042채로 전체의 11.4%에 불과하다.

현재 여당과 국토부·금융위가 추진 중인 방안은 선순위 채권을 보유한 은행이 LH와 개별 협약을 맺고 경·공매를 통해 피해 주택을 넘기는 방식이다. 당초 여당은 재정 중심의 ‘전세사기 배드뱅크’를 통해 선순위 채권을 일괄 매입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복잡한 채권 매입 구조 등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면서 개별 매각 방식으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당정이 개별 협약 시 은행이 원래 받을 수 있는 매각금보다 낮춰 경·공매를 진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이 선순위 채권을 보유한 피해 주택에 설정된 채권액을 낮게 설정해 경매에 부치면 피해 주택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LH가 이를 매입하고 은행이 양보한 차액만큼 피해자 구제 재원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 전날 금융위원회는 은행별 피해 주택에 대한 선순위 채권 보유 현황과 피해 주택의 권리 구조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임원은 “취지는 이해하지만 배임 가능성이 높다”며 “법이나 기금을 별도로 만들지 않고 이익을 포기하게 하는 방식은 처음 본다”고 했다.

당정은 이밖에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저리 대환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주요 시중은행이 1000억 원가량을 출연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현재 정부는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저리 대환대출을 제공하고 있지만 피해 주택이 전용면적 85㎡ 이하여야 하는 등 요건 탓에 일부 피해자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은행권이 기금 조성을 통해 이들에게 저리 대출을 지원하라는 취지다. 당정은 최소 보증금을 보장하기 위한 1000억 원에 저리 대출 재원 1000억 원을 합한 20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마련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최소 2000억 원의 비용을 부담하게 된 은행권에서는 ‘날벼락을 맞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현 정부 들어 각종 비용을 은행에 전가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은 올해 정부가 추진하는 장기 연체채권 채무 조정 사업을 위한 배드뱅크에 3600억 원을 출연했다. 또 주요 금융지주별로 수십조 원 단위의 포용 금융 계획을 발표하며 상생금융에 손을 걷고 나선 상황이다. 내년부터 0.5%에서 1%로 인상되는 교육세도 비용 부담이다. 과세표준 1조 원을 초과하는 금융회사에 대해 교육세율을 기존 0.5%에서 1%로 두 배 인상한 점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교육세는 475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각종 출연과 과징금 문제로 비용 고민이 상당한 상황에서 재정으로 해결해야 할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자금도 은행권에 손을 빌리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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