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 재편을 추진 중인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중국과 일본 등 외국은행에서 빌린 돈이 1조 1000억 원을 웃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규모 채권을 보유한 외국은행이 채권단 논의에는 발을 빼면서 사업 재편에 따른 신규 자금 지원 부담은 국내 금융사가 오롯이 안게 된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미즈호은행·미쓰이스미토모은행·중국은행·중국건설은행을 포함한 외국계 은행 8곳의 롯데케미칼에 대한 대출채권 잔액은 지난달 29일 기준 816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일본계와 중국계 은행이 각각 5533억 원, 2629억 원을 빌려줬다. 은행별로 보면 미즈호은행이 4133억 원으로 가장 많은 채권을 쥐고 있고 미쓰이스미토모은행(1000억 원)과 중국은행(873억 원)이 뒤를 이었다. HD현대케미칼이 중국은행을 비롯한 중국계 은행 5곳에 일으킨 대출의 잔액도 3417억 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 은행들이 롯데케미칼과 HD현대 사업 재편을 위한 채권단 논의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9월 석유화학 재편 계획을 발표하고 채권단 협의체를 발족했는데 이 협의체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과 한국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내 금융사만 참여한다. 산은이 5일 사업 재편을 위해 소집한 첫 번째 채권단 회의에도 외국은행은 한 곳도 참석하지 않았다.
채권단 사이에서는 사업 재편에 들어가는 비용을 국내 금융사만 부담하게 됐다는 볼멘소리가 새어나온다. 롯데케미칼은 대산 나프타분해설비(NCC)를 물적 분할하고 이를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해 신설 법인을 만들 예정이다. 양 사는 통폐합 과정에서 신설 법인의 부채비율이 뛸 수 있다고 보고 채권단에 신규 자금 지원과 영구채를 발행하게 해줄 것을 요청했다. 협의체에 들어온 개별 은행 입장에서는 추가 손실을 감당하고 싶지 않더라도 정부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앞세워 표결을 밀어붙이면 신규 자금 지원을 외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외국은행은 채권단 협의체 결정에 구속받지 않는 만큼 지원에 나설 이유가 없다. 채권단 관계자는 “외국은행이 협의체에 들어오면 오히려 신속한 의사 결정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면서도 “사업 재편 과정에서 채권단의 신규 지원이 필요하다고 결론이 나면 결국 국내 금융사만 비용을 나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은행이 보유한 채권이 국내 은행에 비해 작은 것도 아니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에 대한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의 대출 잔액은 각각 2000억 원, 2625억 원으로 미즈호은행의 절반 수준이다. 외국은행이 채권단 협의회에서 빠지면서 구조조정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 은행들이 만기가 돌아온 대출을 연장하는지 여부에 따라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 규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은행들이 만기 대출을 연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석유화학 업체들이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어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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