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 사업소득 1억원 비과세, 왜 못합니까

2025-08-14

지인인 40대 교사 A씨는 부동산 공부에 열심이다. 직장인 30대 B씨는 가상자산 유튜브에 꽂혔다. 두 사람이 부동산과 가상자산에 진심인 이유는 같다. “일해서는 돈을 못 모으니까”다. 웬만큼 번다는 직장인도 생활비, 교육비, 대출금 등을 내고 나면 지갑은 텅 빈다. 한 푼이 아쉬운데 따박따박 떼어나간 세금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연말정산을 해도 돌려받는 게 얼마 없다. 상당 부분이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공제액이 줄었다. 프리랜서나 비정규직도 다르지 않다. 기타소득의 경비인정비율이 대폭 축소되면서 몇해 전보다 세금이 눈에 띄게 늘었다. 방송작가인 1인 가구 C씨는 “벼룩의 간 빼먹기”라고 표현했다.

상장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논란을 보며 퍼뜩 드는 생각이 있다. ‘일하는 사람만 바보다’이다. 주식 한 종목당 50억원 미만만 갖고 있다면 얼마를 벌어도 한 푼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1억원을 벌어도, 10억원을 벌어도 세금은 0이다. 가상자산도 마찬가지다. 실거래가 12억원 이하의 주택을 판 1주택자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근로소득은 다르다. 신용카드, 의료비, 부양가족 등에 따라 다르지만 1인 가구라면 대충 연소득 1500만원 이상, 3인 가구라면 연소득 2500만원을 넘어서면 세금을 낸다. 연간 1억원을 번다면 소득공제 정도에 따라 24% 또는 3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대충 1000만원 내외의 세금이 부과된다. 같은 해 똑같이 1억원을 벌었는데, 주식과 가상자산, 부동산으로 벌었다면 세금을 안 내고 일해서 벌었다면 1000만원가량 세금을 내야 한다는 말이다. 사업소득도 마찬가지다.

피땀 흘려가며 번 돈일수록 더욱 소중하다. 그런 돈에만 세금을 매긴다니 ‘일하는 게 죄냐’는 말을 할 만하다. 세금이 부과되는 이유는 간명하다. ‘소득’이 생겼기 때문이다. 근대 국가가 형성된 이후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중요한 과세원칙이 됐다.

주식은 자본시장을 키우기 위해, 부동산은 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세금 감면의 특수성이 있다는 논리가 있다. 이 논리대로라면 노동소득부터 감면해야 한다. 근로의욕을 고취시켜야 생산이 늘어날 것 아닌가. 생산이 위축된 시장에서 자본시장이 커질 수 없고, 의식주도 보장받기 힘들다.

노동 기피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승진을 기피하는 현상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승진을 한들 일만 많아지고 소득 증가는 체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직급 간 월급 차이가 크지 않은 데다 누진과세로 인해 세금까지 떼이고 나면 보수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일할 맛이 나지 않는 사회, 이른바 근로의욕이 낮은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부동산, 주식 등 자산을 과세에서 우대할수록 사회의 지속 가능성은 떨어진다고 보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굳이 감세를 단행해야겠다면 차라리 소득세를 인하하는 게 그나마 사회적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여당이 대주주 기준 50억원 유지를 정부에 건의했다고 한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이은 조치들이다. 정 그렇게 금융과세가 어렵다면 차제에 소득세부터 1억원 비과세를 해줄 것을 요청한다. 최소한의 소득 간 과세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자산 과세도 줄이고, 소득세도 줄이면 국가 재정은? 답은 뻔히 보인다. 모두가 감세를 원하고 그 결과 정부 수입이 줄어든다면 정부지출을 줄이거나 국채를 발행해 빚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재정지출을 줄인다면 복지가 축소돼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다. 정부부채가 늘어난다면 재정건전성이 나빠져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 정녕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미래일까.

과세원칙은 단순하다. 원천이 무엇이든 소득이 생기면 세금을 내고, 여유가 있는 사람이 조금 더 내는 것이다. 그러면 된다. 적어도 정상적인 국가를 계속 유지하기를 바란다면. 그렇다면 지금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세목은 무엇일까, 정부는 그것만 중점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왜 그 세목에서 증세를 해야 하는지, 그렇게 마련한 재원을 어디에 쓸 것인지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지난 4일 참여연대의 설문조사를 보면 ‘국가부채를 늘리더라도 세금 부담을 줄이는 정책’에 대해 응답자의 62.1%가 반대한다고 밝혔다. 비록 내가 세금을 더 내는 것은 싫어도 마음 한편에는 사회 전체적으로 세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민들은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정공법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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