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인 선수들에게 시범경기는 정규시즌에 앞서 실전의 감각을 미리 느껴볼 기회다. 감독도 다르지 않다. 사령탑으로 첫 시즌을 맞는 이호준 NC 감독이 시범경기를 치르며 실전 경험치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이 감독은 지난 10일 3번째 시범경기를 치렀다. 8일 개막전은 졌고, 9·10일 경기는 이겼다. 시범경기라고는 해도 이기면 당연히 기분이 좋다. 감독으로서 ‘경기 감각’을 잡아가고 있다는 건 더 기쁜 일이다.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지난 5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할 때만 해도 이 감독은 “초보 감독이라서 그런지 아직 부족한 게 많다. 준비를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작전 지시, 대타 기용, 투수 교체 등 해야 할 건 많은데 실전에서 템포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10일 KIA전을 마치고 이 감독은 통화에서 “한 2번째 경기부터 그 부분은 좀 풀린 것 같다. 내가 감독이라는 생각을 계속 가지려고 하니까 그래도 익숙해지더라”고 했다.
이날 이 감독은 감독으로 작전 성공의 첫 ‘손맛’을 봤다. 1회말 무사 1루에서 2번 타자 박시원에게 기습번트를 지시했고, 성공했다. 무사 1·2루에서 3번 김성욱에게도 연달아 번트를 지시할까 잠시 고민했다가 그대로 밀어붙였다. 결과는 병살. 3회 김성욱 타석에 다시 무사 1·2루 찬스가 잡혔다. 이번에는 정말 번트를 지시할까 했다가 한 번 더 밀어붙였다. 김성욱은 볼넷을 골라 나갔다. 5회 3번째 타석에선 홈런을 쳤다.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지만, 여전히 고민되는 순간이 많다. 이날 NC는 초반부터 앞서 나갔지만, 경기 후반부터 위기를 맞았다. 중간 투수들의 제구 난조 등으로 주자가 쌓이면서 대량실점 위기를 맞았다. 시범경기라 큰 부담 없이 그대로 밀어붙였고, 크게 실점하지 않고 이닝을 막았다. 정규시즌에 들어가면 생각이 훨씬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투수코치와 계속해서 소통 중이라고 했다.
선수로 22년을 뛰었고, 코치로도 수년 간 여러 경험을 쌓았지만 감독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감독이 되면서 새 루틴도 생겼다. 이 감독은 “선글라스를 끼고 나갔더니 계속 이겨서 당분간은 계속 써볼까 한다. 경기 전 감독실에서 언제 그라운드로 나갈지 시간도 정해뒀다”고 했다.
시즌 개막까지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엔트리를 확정하는 거다. 큰 틀에서 윤곽은 잡았지만, 엔트리 끝자락 선수 중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내려보낼지는 마지막까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투수를 14명으로 가져갈지, 13명으로 가져갈지부터 정해야 한다. 야수 쪽 ‘스페셜리스트’를 최대한 활용하고 싶은데, 팀 사정상 투수 자원도 많이 필요할 것 같아 고민이다.
그래도 시범경기 기대 이상 활약해 주는 선수들이 많아 이 감독은 고맙다고 했다. 승부수로 ‘2번 김주원’을 밀어붙였는데, 선발 2번 타자로 나간 2경기에서 모두 홈런을 때렸다. 스프링캠프에 데려가지 못해 미안했던 거포 유망주 박한결은 못 본 새 노림수가 많이 좋아져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이 감독은 마지막 엔트리 정리를 놓고 ‘행복한 고민’이라고 했다.
귀국 당시 이 감독은 “경기 중 작전 실수가 나오면 담당 코치가 2만 원씩 벌금을 내도록 할 생각이다. 감독이 작전을 잘못 냈을 때 벌금은 100만원이다”라고 했다. 100만원이라는 액수가 화제가 됐다. 이 감독은 “코치님들하고 이야기만 주고받고, 아직 확정된 건 아니었는데 먼저 말을 꺼내버렸다. 지금은 자기가 느끼는 책임만큼 자발적으로 내는 것으로 조율 중이다. 물론 나는 최대한 많이 낸다”고 웃었다. 벌금 액수는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감독·코치부터 최대한 경기에 집중하자는 이야기다. 초보 감독으로 시행착오는 당연히 있겠지만, 안 해도 될 실수는 할 수 있는 한 줄이고 싶다는 게 이 감독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