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신체가 외부 위협에 대응하면서도 자신의 조직을 공격하지 않도록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말초면역관용(peripheral immune tolerance)’ 메커니즘을 규명한 세 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매리 브런코, 프레드 람스델(이상 미국), 사카구치 시몬(坂口志文·일본) 3명을 올해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인체의 강력한 면역 체계는 조절되지 않으면 우리 자신의 장기를 공격할 수 있다”며 “수상자들은 면역 세포가 우리 자신의 몸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아 면역 체계의 경비원 역할을 하는 ‘제어성 T세포’를 발견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 언론들은 사카구치 오사카대 특임교수의 수상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NHK방송은 저녁 뉴스에서 “반가운 소식이 있다”며 전문가까지 생방송 스튜디어에 불러 사카구치 교수의 연구 성과를 상세히 소개했고, 오사카대 측은 그의 수상 가능성을 예견한 듯 미리 준비한 수상 축하 플래카드를 거는 모습도 포착됐다.
시가현 나가하마시 출신인 사카구치 교수는 1976년 교토대 의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존스홉킨스대 등에서 면역 연구를 이어갔다. 그는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림프구의 일종인 제어성 T세포의 존재를 발견했고, 이 세포의 수를 줄이거나 기능을 억제하면 암세포에 대한 면역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반대로 제어성 T세포를 늘리거나 기능을 활발하게 하면 장기 이식 거부 반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입증, 이 같은 연구 성과는 면역 관련 질병의 치료나 예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고 NHK는 전했다.
노벨위원회는 “사카구치 교수는 면역관용이 ‘중추면역관용’이라는 과정을 통해서만 발생한다는 당시 학계의 주류 의견에 반하는 길을 걸었다”며 “그의 제어성 T세포 발견은 면역 체계가 훨씬 더 복잡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은 지난해 니혼히단쿄(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데 이어 2년 연속이다. 개인이 수상한 것은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마나베 슈쿠로 박사에 이어 4년 만으로, 이번이 29명째(미국 국적 취득자 3명 포함)라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작년까지 일본에서는 1949년 유카와 히데키(1907∼1981) 박사가 물리학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12명, 화학상 8명, 생리의학상 5명, 문학상 2명, 평화상 1명·1단체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7일 물리학상, 8일 화학상, 9일 문학상, 10일 평화상, 13일 경제학상 등의 수상자를 발표한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