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카구치 시몬 일본 오사카대 명예교수가 6일(현지시간) 미국 생물학자인 매리 브렁코, 프레드 램즈델과 함께 올해 노벨상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일본의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6명으로 늘었으며 일본은 작년 원폭 피해자 단체인 ‘니혼히단쿄’에 이어 2년 연속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6일 NHK에 따르면 일본인의 노벨상 수상은 1949년 유카와 히데키(1907∼1981) 박사가 물리학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이번까지 30번째를 맞았다. 1901년 노벨상 시상 이후 일본 출신 수상자로는 외국 국적 취득자를 포함해 총 개인 29명, 단체 1곳으로 집계됐다. 분야별로 보면 그동안 물리학상은 12명, 화학상 8명, 생리의학상 5명, 문학상은 2명이 각각 받았다.
일본인 첫 노벨상 수상자인 유카와 박사는 태평양전쟁이 끝난 지 불과 4년 뒤인 1949년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는 1868년 메이지유신으로 일본이 서양 과학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인 뒤 81년간 쌓인 과학 연구가 토대가 돼 수상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1968년에는 소설 '설국'으로 유명한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일본인으로 처음 노벨 문학상을 탔다. 고도 경제성장을 거치면서 일본이 국민총생산(GNP) 기준으로 서독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던 시기였다.
이어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는 1974년 일본의 비핵 3원칙에 입각한 외교 등을 높이 평가받아 일본인 첫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됐다. 사토 전 총리는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인 '비핵 3원칙'을 천명했다.

그러나 노르웨이 노벨상위원회는 2001년 출간한 책에서 "사토 전 총리가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 정책을 전면 지지했으며, 일본은 미군 보급 기지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지적하며 사토 전 총리 수상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토 전 총리에 이어 지난해 일본에서는 원폭 피해자 단체인 '니혼히단쿄'(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일본인 최초의 화학상은 1981년 후쿠이 겐이치, 첫 생리의학상은 1987년 도네가와 스스무가 각각 받았다. 다만 경제학상 수상자는 아직 없다.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등 자연과학 분야의 수상은 마나베 슈쿠로 박사에 이어 4년 만이다. 그는 미국으로 국적을 바꾼 상태에서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바 있다. 이날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사카구치 교수는 “굉장한 영광”이라며 "암도 고칠 수 있는 시대가 반드시 올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노벨상위원회는 이번 수상에 대해 "'말초 면역관용'에 관한 이들의 획기적인 발견으로 인간의 면역체계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그리고 왜 우리 모두가 심각한 자가면역질환을 앓는지 이해를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대별로 보면 경제가 고도성장을 거듭한 가운데 기초 과학 투자가 결실을 보면서 2000년 이후 일본인 수상자가 급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00∼2002년에는 3년 연속으로 일본인이 화학상을 받았으며, 2002년에는 화학상과 물리학상 동시 수상으로 같은 해 처음으로 일본인 두 명이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08년에는 물리학상 동시 수상을 포함해 한해 4명의 일본인 수상자가 탄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