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베뮤는 빙산의 일각…유명 맛집 '꼼수 근로' 줄줄이 걸렸다

2025-11-24

프랜차이즈 업계에 과로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일부 유명 맛집들이 영세사업장을 배려하는 제도를 악용해 업장을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쪼개는 편법으로 주 52시간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나의 업장임에도 층별·지점별로 별도의 사업장으로 등록해 상시 근로자 수를 5인 미만으로 등록하는 이른바 ‘업장 쪼개기’ 방식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즉 주 52시간제의 적용을 받지 않아 무급으로 초과근로가 가능하다.

노동단체 등에 따르면 연매출 100억원, 7개 직영점을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소재 유명 고깃집이 이 같은 ‘업장 쪼개기’의 대표 사례다. 정의당은 지난 18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업장이 5인 이상 사업장임에도 2023년 11월 말부터 지난 2월 말까지 근무한 근로자의 주휴수당,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등을 미지급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고용청은 지난 5월 해당 업장으로 하여금 미지급분 4250만원을 지급하라는 시정지시를 내렸다. 해당 근로자를 대리한 하은성 노무사는 “해당 사업주는 사업장을 직영으로 운영하면서도 5인 미만 사업장이라며 근로시간 제한 규정을 회피했다. 근무자의 실제 근로시간이 주 60시간을 초과했다”고 했다. 결국 업주는 최근 근로자에 체불임금과 손해배상액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지난해 개업해 세 개의 지점을 낸 대전의 한 베이커리 카페도 5인 미만 사업장처럼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권분석 웹사이트 ‘오픈업’에 따르면 해당 베이커리 카페는 지점별 월매출 최소 400만원에서 최대 2100만원 규모로, 전 지점으로 보면 12명이 근무하고 있음에도 각 지점을 쪼개 ‘5인 미만’으로 등록하고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해당 업장에서 1년 가까이 근무했던 김모(25)씨는 “나도 3개의 지점을 돌아가면서 야간 알바를 했다”며 사실상 하나의 사업장처럼 운영됐다고 증언했다. 이에 해당 사업체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쪼개기와 임금체불 등 모든 의혹이 사실무근이고, 포괄임금제도 적법하게 적용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해당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6명의 근로자에 대한 체불금액 약 4284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송치했다. 대전고용청에선 해당 사업장을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판단했단 의미다.

대법원은 이처럼 쪼개기 업장에 대해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 단위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경영상의 일체성과 유기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 근로기준법상 하나의 사업장이라고 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업장을 나눠 근로자를 5인 미만으로 유지하려는 꼼수를 쓰더라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무조건 피해갈 수는 없단 의미다.

그럼에도 영세한 업장이 많은 요식업계에선 제도적 사각지대를 이용해 과도한 업무를 시키는 일이 잦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지난 7월 직원 과로사 의혹이 제기된 ‘런던베이글뮤지엄’ 사태 이후 쪼개기 관행을 둘러싼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실제로 5인 미만으로 위장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업장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5인 미만 위장 의심사업장’은 2018년 6만8942개에서 지난해 14만4916개가 됐다. 근로소득자 기준 5인 미만 사업장 중 사업소득자(프리랜서)를 합하면 5인 이상이 되는 사업장이 5인 미만 위장 의심사업장으로 집계됐다.

이미소 노무사는 “업장 쪼개기는 52시간제 도입 이후 (개인 요식업장에서) 더욱 기승을 부렸다”며 “전문감독기구를 설치해 근로감독을 전담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등 실효성 있는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5인’이란 기준 자체를 손질해야 한단 지적도 나온다. 노동위 이수열 변호사는 “제도의 빈틈을 이용해 법망을 회피하는 사례”라며 “사업장의 규모는 노동시간과 관계가 없고, 정부와 국회는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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