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이 1만2천원?” 직장인들 ‘햄버거’로…주요 4사 매출 ‘활짝’

2025-11-25

냉면·칼국수보다 싸서가 아닌 전략이 만든 점심 이동

동일한 한 끼, 서로 다른 접근…햄버거의 네 가지 해법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외식 물가 고공행진으로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이 심화하는 가운데, 맘스터치·롯데리아·버거킹·맥도날드 등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나란히 실적 호조를 보였다. 냉면 한 그릇보다 저렴한 가격 경쟁력에 각 사별 차별화된 생존 전략이 맞물리며 직장인 점심 수요를 대거 흡수한 결과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은 일제히 뚜렷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먼저 맘스터치는 매출 4179억 원, 영업이익 73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4.7%, 21.8% 증가했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 역시 올 상반기 매출 5363억 원, 영업이익 369억 원으로 각각 11%, 59.7% 늘었다.

버거킹 운영사 비케이알(BKR)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0% 넘게 급증한 384억 원을 기록했고, 한국맥도날드는 매출 1조 원 돌파와 함께 8년 만의 흑자 전환(영업이익 117억 원)에 성공했다.

이 같은 '버거의 반란'은 전통적인 점심 메뉴의 가격 급등과 대조된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지역 냉면 평균 가격은 1만 2000원, 비빔밥은 1만 1000원대에 육박한다. 칼국수마저 1만 원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5000~7000원대로 한 끼 해결이 가능한 햄버거 세트가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업계에서는 단순히 가격 때문만이 아니라, 각 브랜드가 직장인들의 니즈를 파고든 '4사 4색' 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맘스터치는 '압도적 가성비'로 승부했다. 두툼한 치킨 패티를 앞세워 "같은 돈이면 더 배부르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우면서도 포만감을 원하는 직장인 실속파를 확실히 잡았다는 평가다.

반면 버거킹은 '프리미엄 만족감'에 집중했다. 대표 메뉴인 와퍼를 중심으로 "제대로 된 햄버거를 먹고 싶은 날"을 공략했다. 불향 가득한 패티와 큼직한 사이즈는 단순한 저가 경쟁을 넘어 '심리적 만족감(가심비)'을 충족시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롯데리아는 '접근성과 친숙함'을 무기로 삼았다. 불고기버거·새우버거 등 한국인 입맛에 특화된 메뉴와 압도적인 매장 수는 실패 없는 선택지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로컬 버거'를 선보이며 새로움까지 더했다.

맥도날드는 '디지털 편의성'으로 바쁜 직장인의 시간을 샀다. 자사 앱을 통한 주문·픽업 서비스(M오더)와 멤버십 적립, 요일별 할인 혜택을 강화해 대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는 점심시간이 금쪽같은 직장인들의 재방문을 유도하는 핵심 요인이 됐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햄버거 시장 규모는 2014년 2조 1000억 원에서 올해 5조 원 돌파가 유력시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햄버거 소비 증가는 단순히 냉면값이 비싸서 생긴 반사이익만은 아니다"라며 "가성비, 프리미엄, 접근성, 디지털 등 각 브랜드의 명확한 타기팅 전략이 소비자의 다양한 점심 니즈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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