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러너’ 시범 도입에… “노동착취 배달앱” 뿔난 배민 라이더

2025-11-25

시범운영 ‘로드러너’ 거센 반발

사전 예약시간 맞춰 주문 할당

등급 나눠 높을수록 예약 선점

“높은 점수 따려 노예처럼 일해

경쟁 더 심화… 안전사고 우려”

배달반경 축소에 점주들도 부글

배달의민족(배민)이 새로운 주문 할당 애플리케이션(앱) ‘로드러너’의 시범운영에 나섰지만 기사들이 ‘즉각 폐기’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배민이 특수고용노동자인 배달기사들에 대해 사실상 통제권을 행사하면서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노동희망찾기와 공정한플랫폼을위한시장협회 등 시민단체들은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배민 본사 앞에서 투쟁 대회를 열고 ‘플랫폼이 라이더와 자영업자를 착취한다’고 주장했다. 오토바이에 앉아 ‘약관도 거리도 마음대로 배달 앱 규제하라’는 손팻말을 든 라이더 300여명이 모였다. 대리기사와 웹툰 작가 등 다른 플랫폼 노동자들도 참여했다.

앞서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4월 경기 오산시와 화성시 배달노동자 대상으로 로드러너를 시범 도입했다. 로드러너는 배민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개발한 라이더 전용 앱이다. 기사들은 사전에 등록한 일정에 따라 인공지능(AI)이 자동 배차한 배달 건을 수행한다. 일주일 전에 미리 근무를 예약해야 하는데, 등급이 높을수록 원하는 시간대를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1등급 라이더는 수요일 오전 10시에 차주 예약이 시작되지만 8등급은 목요일 오후에야 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더들은 ‘플랫폼 노동자들을 고용노동자처럼 묶어두면서 4대 보험 등 혜택은 주지 않으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로드러너가 도입되면 예약하지 않은 주문은 받을 수 없고 주문이 없더라도 예약한 시간에는 무급으로 대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라이더 등급을 측정하는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앱에는 ‘등급에 영향을 주는 활동지표’ 요소로 ‘계획대비 실제 운행시간’, ‘배달 건수’, ‘수락률’ 등이 나와 있다. 하지만 각 요소가 점수화되는지 등 등급 산정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다.

오민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활동가는 “그동안 라이더들은 노동시간을 선택한다는 이유로 근로자 조건에서 배제됐다”며 “점수에 낮으면 배치에서 밀려나니 경쟁은 심해지고, 등급을 높이기 위해 노예처럼 일해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산재 위험도 커진다는 주장이다.

동탄 지역에서 로드러너를 사용하고 있다는 김은천씨는 “짧은 시간에 많은 건수를 처리하는 미션을 신설해 저단가를 메우라고 한다”며 “배달이 몰리는 짧은 시간에 교통 신호를 준수하면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했다. 양기억 라이더유니온 대의원은 “결국 기사와 시민들의 안전을 모두 위협하는 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기업 DH가 앱 사용료로 수익을 회수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국부유출 착취강화’ 손팻말을 든 한 집회 참석자는 “이미 ‘배민커넥트’가 있는데, 로드러너를 쓰면 사용료가 본사로 흘러들어 간다”며 “결국 수백억원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민 자체 시스템인 배민커넥트는 등급과 예약제 없이 실시간으로 배차한다.

자영업자들도 반발하고 있다.

로드러너 시행 이후 배달 가능한 거리가 반경 1㎞ 이내로 제한되는 일이 생기면서다. 공플협은 “사전 안내 없이 주문 반경을 줄였다”며 “고객들에게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수준이다. ‘영업을 중지했냐’는 문의를 받고서야 거리제한이 있었음을 알았다”고 밝혔다.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는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현재는 로드러너 시범운영 중”이라며 “최대한 피드백을 수용해 우아한형제들의 개발자들과 함께 문제점을 검토하고 개선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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