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한 20대 여성이 캠핑 중 실종돼 3주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그러나 주장 가운데 믿기 어려운 주장이 몇 가지 포함돼 자작극 논란에 휩싸였다.
18일(현지 시각) 미국 NBC · ABC 뉴스 등에 따르면 티파니 슬레이튼(28)은 지난달 생일을 앞두고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프레즈노산에서 홀로 캠핑하던 중 실종됐다. 그의 부모는 딸이 연락을 받지 않자 9일째인 4월 29일 경찰에 신고했다.
보안관 사무실은 150㎢ 구간에 걸쳐 본격적인 수색 작업을 벌였다. 수색에는 헬리콥터가 투입됐으며, 지역 관계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도보와 차량을 이용해 수천km를 이동하며 슬레이튼을 찾았지만 그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14일 슬레이튼의 부모는 딸로부터 “살아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눈보라를 뚫고 열려 있는 산장을 찾았으며, 그 곳에서 산장 주인을 만나 가족에게 연락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종 3주 만에 구조된 슬레이튼은 눈밭에 반사된 햇빛으로 인해 눈 손상을 입은 상태라고 했다. 이 외에 가벼운 찰과상과 화상을 입고 체중이 감소됐지만 큰 건강상 이상은 없었다.
과거 버뮤다의 양궁 대표로 활동했다는 슬레이튼은 20일 간 실종됐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슬레이튼은 지난달 20일 트레킹을 시작했으며, 여행 초반 절벽에서 떨어져 캠핑 용품을 모두 잃고 정신을 잃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휴대전화로 911에 신고했지만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조난 신고가 불가능했다. 평소 식물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식량이 떨어지자 야생에서 부추를 캐서 먹었다고 한다. 식수는 솔잎과 만자니타를 넣고 눈을 끓여 마셨다고 했다. 코요테와 곰을 목격했으며 야생동물과 싸워가며 생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11000피트(약 3350m) 봉우리에 오르고 13번의 폭설을 견딘 끝에 호수 인근의 열린 산장을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그가 산장 주인의 신고 덕에 구조된 것은 사실이다. 해당 산장 주인인 크리스토퍼 구티에레스는 평소 조난당한 등산객들을 위해 산장의 문을 열어둔다면서 그를 발견하고 신고에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슬레이튼의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작극' 의혹을 제기했다.
그의 주장대로 3주간 13번의 눈보라가 몰아치려면 이틀에 한 번꼴로 엄청난 눈보라가 불었다는 것인데, 짧은 간격에서 쏟아진 눈보라를 어떻게 횟수로 정확히 기억하냐는 의문이 나왔다.
또한 그는 당시 라이터 등 가벼운 소지품만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눈을 끓여서 마실 정도면 꽤 큰 불이 필요한데, 눈이 무릎까지 쌓인 설산에서 그만한 불을, 냄비도 없이 어떻게 끓였냐는 지적도 나왔다. 눈 사이에 살아남는 야생 부추도 거의 없으며, 있어도 찾기가 매우 어려웠을 거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외에도 그가 조난 중 겪었던 부상과 실제 건강상태가 불일치하고, 딸이 실종됐음에도 3주 만에 실종지역을 방문해 겨울 옷을 구입하다가 전화를 받았다는 부모의 주장 등에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그가 사람들의 관심을 이용해 기부를 받으려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슬레이튼의 가족은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를 통해 2만 3000달러(약 3200만원) 이상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작극 의혹이 제기되면서 고펀드미 페이지는 삭제됐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