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의 유력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이 7일 미국발(發) 글로벌 관세 전쟁의 여파에 따른 증시 폭락 및 원·달러 환율 급등과 관련해 “준비된 경제 대통령만이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이번 대선의 화두는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라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글로벌 관세 전쟁의 충격파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학 박사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거친 경제 전문가로서 자신의 경쟁력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전거래일 대비 5.57% 폭락 마감한 코스피 지수, 33.7원 급등해 1달러당 1467.8원으로 마감한 원·달러 환율을 언급하며 “1929년 대공황 이후 가장 거친 관세 전쟁과 보호무역주의의 등장으로 세계 경제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폭풍 속으로 빨려 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극한의 경제 위기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며 “트럼프를 상대하여 국익을 지킬 전략이 있고, 경제와 통상을 알고, 폭풍 속에서 우리 민생 경제와 일자리를 튼튼하게 지킬 수 있는 준비된 경제 대통령만이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기 대선 도전 의지를 나타내온 유 전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번 대선의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 1위를 기록해 주목 받는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4~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2명에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가장 적합한 인물을 질문한 결과 유 전 의원은 전체 응답자 19%의 선택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현행 경선 기준(당원 50%, 일반 국민 50%)에 따른 480명(국민의힘 지지층·무당층 합산)을 대상으로 한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는 4%의 선택을 받는 데 그쳤다.
유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재임 기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맡아 최대 난제였던 공무원연금개혁안에 대한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장기간 활동하면서 안보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복지를 강조한 ‘따뜻한 보수’, ‘개혁 보수’ 노선을 앞세워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탄핵에 찬성하고 바른정당을 창당해 갈라섰다는 이유로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여전히 거부감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탈락했고, 2022년 6월 지방선거에 앞서 치러진 당내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서도 김은혜 후보에 밀려 2위에 그치는 등 당내 경선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이력이 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다른 글에서 지금부터 당의 모든 선택은 어떻게 대선을 이기느냐, 어떻게 이재명을 이기느냐에 둬야 한다”며 완전국민경선 도입을 주장했다. 현재 당헌에 명시된 ‘당원 투표 50%,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를 고쳐 100% 민심을 반영하자는 의미로, 당내 경선의 장벽을 넘어서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서울경제·한국갤럽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480명 조사에서는 ±4.5%포인트)다. 이번 조사는 탄핵 선고 이후 첫 무작위 추출된 유무선 전화번호를 활용한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9.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