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큉’ ‘맘마미아’ 등의 히트곡으로 약 4억장의 앨범을 판매한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팝그룹 아바(ABBA). 지난해 스웨덴 왕실로부터 “스웨덴과 국제음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한다”며 4명의 멤버들이 기사 작위도 받았지만, 정작 스웨덴을 상징하는 ‘100대 문화유산 목록’에 빠져 논란이 일고 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스웨덴 정부는 이날 2년에 걸친 ‘100대 문화유산 목록’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역사학자 라르스트래가르드가 위원장을 맡은 스웨덴의 ‘문화 규범’(Cultural Canon) 위원회는 소설·영화·연극·음악과 같은 문화적 유산과 종교·법률·정책, 발명품과 브랜드, 중요한 개별 사건 등 11개 항목에서 스웨덴을 대표하는 상징 100개를 추렸다.
발표된 목록에는 동화 ‘말괄량이 삐삐’, 영화 ‘유령 마차’와 같은 예술 작품 외에도 스웨덴이 처음 도입한 각종 법률과 제도도 포함됐다. 외국인 내국인 구분 없이 누구나 스웨덴을 다닐 수 있는 ‘방랑할 권리’(알레만스라텐), 세계 최초로 남성의 육아 휴직을 보장한 ‘부모 육아 휴직’, 노벨 문학상, 이케아 등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아바가 명단에서 빠지면서 선정 기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1974년 ‘워털루’로 유로송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유명세를 얻은 아바는 1982년 활동 중단 전까지 공전의 히트곡들로 1970년대를 풍미했다. 2022년엔 40년 만에 다시 컴백하면서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다. 위원회는 아바가 목록에서 빠진 이유에 대해 ‘최소 50년 이상’의 문화유산을 심사하기로 한 기준에 미달했다고 밝혔다. 아바는 1972년에 데뷔했다.
스웨덴 의원 얀 에릭슨은 X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며 “아바는 국제적으로 스웨덴 문화의 가장 중요한 상징 중 하나”이라고 썼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이를 두고 “아바 외에도 1975년 이후 스웨덴이 다문화 사회로 변모한 이후가 담긴 모든 작품이 누락됐다”며 “반이민 감정과 정체성 정치가 부각되는 가운데 발표됐다”고 지적했다.
선정 기준에 대한 논란은 2023년 문화 규범 위원회가 출범할 때부터 시작됐다. 2022년 스웨덴 총선에서 반(反)이민을 내세워 원내 2당으로 약진한 극우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은 연립정부에 협조하는 대신 “스웨덴의 정체성을 세워야 한다”며 위원회 출범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위원회를 두고선 “교육적인 측면에서 문화적인 정체성을 확립하고 기념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찬성론자와 “정부가 문화를 통제하려는 시도”라는 반대론자로 의견이 갈려왔다.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해 발표하는 스웨덴 한림원도 “지나치게 배타적이다”며 위원회 활동에 줄곧 반대해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스웨덴 예술계에서는 이번 발표가 스웨덴 문화에 대한 편협함을 드러내고 소수자의 기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