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만세 반사이익 없다…K조선 반짝수주, 中 점유율 74%

2025-10-13

미국이 연초부터 예고했던 중국산 선박 항만세(입항 수수료) 부과가 14일(현지시간)에 시작되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가 기대했던 반사이익은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컨테이너선 수주가 일부 늘어나는 등 '반짝 효과'는 있었지만 중국 조선소들이 여전히 글로벌 발주 시장을 압도하는 모양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이달 초, 항만세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해 발표했다. 중국이 운항하거나 소유한 선박이 미국 항만에 입항할 경우 톤(t)당 50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 수수료는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돼 톤(t)당 140달러까지 오를 예정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연초 항만세 부과 방침이 나온 후부터 줄곧 “중국산 저가 선박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반사이익 기대감을 키웠다. 실제로 중형 컨테이너 시장에서는 반짝 수주 효과가 나타났다. HD현대미포조선은 올해 총 21척의 컨테이너선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6척)보다 3배 이상 늘었다. 한화오션도 최근 대만 양밍해운, 에버그린 등으로부터 초대형 컨테이너선 총 13척(약 4조 원 규모)을 연달아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中 조선소 점유율 74%…가격 20% 저렴, 금융지원까지 ‘패키지’

그러나 큰 흐름은 중국 쏠림이 여전하다. 글로벌 주요 선사들은 여전히 중국 조선소를 택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파격적 금융지원 등이 여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13일 조선해양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컨테이너선 수주 잔량은 중국이 694만TEU(20피트 컨테이너 단위) 로 전체의 74%를 차지했다. 한국은 198만TEU(21.1%)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 일부 고부가가치 선종을 따냈지만, 시장 주도권은 여전히 중국이 쥐고 있는 셈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같은 사양의 선박이라도 중국 조선소의 제시 가격은 한국보다 최대 20% 저렴하다. 여기에 국영은행의 대출 지원, 정부 차원의 납기 보장 등 ‘패키지형 금융지원’이 결합되면서 선주 입장에선 중국이 제시하는 조건이 훨씬 매력적이다.

세계 1위 해운사 MSC는 지난 7월 중국 내 5개 조선소에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3위 CMA-CGM은 지난달 다롄조선소에 21억 달러 규모의 10척을 발주했다. 한국 조선사들도 입찰에 참여했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항만세 실효성 논란…“우회 운항으로 회피 가능”

미국의 항만세 부과 조치가 실질적 제재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이미 ‘우회 전략’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을 미국 외 노선으로 돌리고, 미국행에는 한국이나 일본 조선소 선박을 투입하는 식이다. 중국 국영 해운사 코스코(COSCO) 는 프랑스 CMA-CGM, 대만 에버그린 등과 선박 교체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항만세는 상징적 조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 조선소들은 저가 공세와 빠른 납기, 정부 보조금으로 여전히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말 수주전, 머스크가 불 지핀다

이런 가운데 세계 2위 해운사 머스크 가 최대 4조 원 규모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추진하면서 한·중 조선소 간 수주전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머스크는 액화천연가스(LNG) 이중 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최대 12척을 발주할 계획이며, 총 계약 규모는 25억~28억 달러(약 3조4700억~3조8900억 원) 에 이를 전망이다.

머스크는 지난해부터 탈탄소 전략의 일환으로 LNG·메탄올·암모니아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했다. 이번 입찰에서도 한국과 중국 조선소가 나란히 후보에 올랐으며, 가격보다 기술력과 연료 효율성이 주요 평가 기준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위원은 “머스크 프로젝트는 단순한 수주 경쟁을 넘어, K조선이 친환경 기술력으로 존재감을 증명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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