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달청으로 권한 이관했지만 실효성 의문
- 감시 사각지대 우려, 조달청 내부 전관 로비 가능성도 제기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정부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전관 카르텔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주택 설계·시공·감리업체 선정 권한을 조달청으로 이관했으나, 이러한 조치가 실효성을 거두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조달청 이관 이후에도 특정 업체들의 주요 사업 수주가 지속되고 있으며, 전관 출신 인사들의 영향력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관 업체 여전히 수주?...실질적 변화 어려워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조달청이 업체 선정 권한을 갖게 되었지만, LH 출신 인사들이 조달청과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기존 구조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입찰 과정이 형식적으로는 투명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존 전관 업체들이 주요 프로젝트를 따내고 있다”고 말했다.
LH 전관 카르텔로 지목된 대표적인 업체는 ▲ 에스아이그룹건축사사무소(LH 공공주택사업 본부 출신 인사들이 운영하는 회사로, 파주운정 A34 단지 설계) ▲ 이어담건축사사무소(LH 처장 출신이 설립한 회사로, 수원당수 A3 단지 설계) ▲ 목양 (인천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에서 감리를 맡았던 업체) 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달청이 관여한 이후에도 전관 출신의 특정 업체들이 반복적으로 수주를 받고 있다”며 “조달청으로 권한을 넘긴다고 해서 전관들의 영향력이나 LH 직원들의 비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한 "오히려 LH의 입장에서는 '조달청이 정한 업체를 따랐을 뿐'이라며 책임을 떠넘길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LH 검단사업본부 차장급 직원 A씨가 2021년 초부터 2023년 초까지 공사를 감독하던 중 업체 두 곳으로부터 상품권 80만 원어치를 챙겨 의류 잡화 구입에 실제 사용했다가 적발되어 파면된 사례가 있었다.
당시 LH는 이 사건 이후 조달청에 '공사감독'을 2년간 위탁하려했으나 조달청은 '공사감독은 전문인력이 해야할 일'이라며 이를 거절했다. 조달청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요청서 접수'에서 '계약 체결'까지의 사무라며 선을 그은 것이다.
감시 체계 강화 필요 해결책은?
최근에도 공공 조달 사업에서 전관 인맥을 활용한 로비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만큼 투명성 확보를 위한 추가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입찰 과정이 보다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불분명하다”며 “조달청 내부에서도 전관 인맥이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전관들이 개입해 공기관에 압력을 넣는 사례는 여전히 흔하다"라며 "과거 모 청에서 세금 담당 업무를 했던 공무원이 퇴직 후 대기업 산하의 위탁 회계법인으로 넘어가 '특정 사업에 물리는 세금을 없애달라'며 현직 공무원을 압박하고 그가 말을 듣지 않자 허위 사실을 꾸며내 모함했던 일이 있었다"고 했다.
해당 공무원은 강제 퇴직까지 당했다가 어렵게 복직됐으나 문제의 전관은 아무런 법적 책임이나 처벌도 받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알려지지 않은 사례들이 많다"라며 "조달청으로 업체 선정 권한을 넘긴 것이 LH 내부의 전관 카르텔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오히려 LH의 직접적인 책임을 회피하고, 어떤 로비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적발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조달청은 약 78조에 달하는 정부조달 발주계획을 최종 집계·발표했고, 이중 68%인 약 53조를 상반기에 조기집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정부조달 조기 집행과 관련해 업계 관계자의 주장처럼 전관 업체들이 여전히 수주를 독점하고 있는지, 조달청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카르텔이 등장했는지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또한 실질적인 수주 실적 변화 분석과 내부 감시 강화를 통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문홍주 기자 re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