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510억 과징금 조치에 KH 강경 대응 천명
법원도 이의제기 인용, 정치이슈서 법리논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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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녹경 = 조영갑 기자] 지난 2022년 KH그룹의 품에 안긴 알펜시아 리조트의 '입찰 담합' 논란이 2막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리조트 입찰과정에서 KH그룹의 담합에 따른 부당행위가 있었다고 판단, 약 5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과 관련 KH그룹이 전사적 반격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KH그룹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KH그룹과 법률대리인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불공정 행위에 따른 과징금 부과와 관련 두 번째 변론을 진행하고, 공정위 처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KH그룹은 향후 판결과 공정위 대응을 종합 검토해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KH그룹의 계열사들이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과정에서 담합 등 불공정 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KH그룹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510억4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KH그룹은 같은 해 5월 법원에 공정위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 취소 청구를 제소하고, 법원은 6월 이를 인용했다. 처분의 적법성, 적정성을 다퉈볼 만한 여지가 커졌다는 의미다. 오는 4월 KH그룹 법률대리인은 4번째 변론에 나선다.
알펜시아 리조트는 강원도와 강원개발공사(GDC)가 평창군 일대에 조성한 사계절 복합관광 리조트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유일의 스키점프 시설, 스키장, 크로스컨트리 스키장, 바이애슬론 경기장 등을 구축, 동계 종목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호텔, 리조트, 골프장, 워터파크, 컨벤션센터 등의 종합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다.
KH그룹은 2020년 10월부터 진행된 리조트 시설 공개입찰에 초기부터 참여해 2021년 리조트 시설의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강원도가 주도한 공개입찰(1~4회)은 투찰자가 없어 네 차례 유찰되고, 이어 진행된 수의계약 역시 두 차례 유찰되면서 매각 작업이 표류하는 듯했으나 5차 공개입찰에서 KH그룹이 강원도가 제시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면서 투찰, 최종 7115억원에 리조트의 주인이 됐다.
공정위에서 문제 삼은 대목은 5차 공개입찰이다. 5차 입찰 예정가격이 1차 대비 30% 떨어질 거라는 정보를 미리 입수한 KH그룹이 SPC(특수목적법인) KH강원개발을 설립해 낙찰 받게 하고, 이 과정에서 KH건설의 SPC(KH리츠)를 세워 들러리를 세웠다는 논리다. 공정위 측에 따르면 당시 5차 입찰에는 KH필룩스와 KH건설, 글로벌세아, 대방건설, 동원건설산업 등이 참여했으나 최종 투찰에는 SPC인 KH강원개발과 KH리츠가 참여했다.
실제 공개입찰의 투찰이 계속 무산되면서 강원도는 2차부터 매각 예정가격을 10% 씩 내렸다. 1차 9708억원→2차 9708억원(동일)→3차 8738억원(10% 감액)→4차 7767억원(20% 감액) 등이다. 최종 5차에서는 첫 가격에서 30% 감액된 6796억원을 제시했다.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19조에 의거한 조치인데, 강원도의 매각 의지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검찰은 매각자인 강원개발공사의 예정가 30% 감액 조치가 KH그룹 입찰을 염두에 둔 '약속대련'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실무를 지휘한 강원개발공사(GDC) 전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공기업의 재산관리규정에 따라 4차 20%까지 예정가를 낮췄으나 유찰이 거듭되고, 수의계약을 역시 실패하면서 매각에 차질을 빚었다"면서 "감사원 등의 유권해석, 이사회 등을 거쳐 재산관리규정을 개정하고 30%로 예정가를 낮추고서야 매각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19조는 유찰 등으로 재공고한 입찰이 다시 불성립하는 경우에는 가격 인하를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적법한 절차였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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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절차에 대한 적법성 등은 일정 부분 소명이 됐으나 KH그룹을 향한 공정위의 잣대는 엄정하다. 공정위는 ▲KH필룩스(SPC : KH강원개발)를 낙찰 예정자로 하고, KH건설(SPC : KH리츠)이 필룩스보다 낮은 가격에 투찰해 들러리로 참여하기로 합의했으며 ▲KH전자가 강원개발 지분 30% 인수하고, 입찰보증금을 필룩스와 나눠 대여하는 등 사실상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점을 근거로 공정거래법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낙찰자측(KH강원개발, KH필룩스, KH전자)에 340억원, 이른바 '담합 들러리측'(KH농어촌산업, KH건설, IHQ)에 170억원의 과징금을 나눠 부과했다. 총 510억원이다.
KH그룹 측은 이런 공정위의 조치를 두고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당시 온비드(국가지정 전자자산처분시스템)에 공개된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제42조4항을 근거로 대표이사가 다른 복수의 회사가 각각 응찰했기 때문에 기초적 적법성은 확보됐다는 이야기다. 이를 주관한 GDC 역시 절차적 문제점은 없었다고 강조한다. 당시 KH강원개발 대표는 한 모 씨, KH리츠 대표는 강 모 씨였다.
법조계에서도 이견이 나온다. 핵심은 입찰에 참여한 독립된 법인들이 서로 경쟁관계에 있었느냐가 담합과 '경쟁제한성' 의사를 규정 짓는 핵심 쟁점이 될 거라는 이야기다. 경쟁제한행위는 입찰 등 거래행위에서 경쟁을 감소시키는 부당행위다. 공정위는 KH그룹이 담합을 통해 타 경쟁자들의 진입을 방해하고, 경쟁제한을 했다고 본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입찰에서의 담합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둘 이상의 사업자가 존재하고, 이 사업자들이 경쟁을 통해 입찰에 참여해 (타 경쟁자들의 진입을 제한할 목적으로) 담합을 도모해야 하지만, 6개의 법인은 하나의 기업집단에 속하는 독립된 사업자로 경쟁적으로 자산을 취득하려는 의사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걸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실제 공정위 측의 자료에 따르면 2차, 3차 입찰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사업자는전 전무했고, 4차 입찰에 이르러서야 KH건설, 금오개발건설, 대방건설 등이 참여했다. 5차 입찰에는 KH그룹 계열사 두 곳을 비롯해 글로벌세아, 대방건설, 동원건설산업이 입찰의향서를 제출하고 예비실사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투찰에 참여한 입찰자는 KH강원개발과 KH리츠가 전부였다. 당시 최종 제시 가격(6796억원)에 시장 경쟁 자체가 유발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조영갑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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