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 위기, 핵전쟁, 인공지능(AI)의 반란 등 인류 종말 시나리오가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면서 글로벌 억만장자들이 지하 벙커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BBC는 지난 9일(현지시간)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업자를 비롯한 테크 거물들이 비상 탈출용 대규모 지하 공간을 비밀리에 건설 중이라고 보도했다.
저커버그는 2014년부터 하와이 카우아이섬에 위치한 약 1400에이커(약 560만㎡) 규모 부지에 ‘쿨라우 랜치’를 조성해왔다. 해당 부지는 자체 전력과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자급자족형 대피소를 포함하며 공사 현장에 투입된 인력들은 모두 비밀 유지 계약에 서명해 외부에 내용을 누설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의 크레센트파크 인근 부지 11곳을 사들여 7000제곱피트(약 650㎡) 규모의 지하 공간을 구축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단순한 지하실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일부 주민들은 ‘억만장자의 벙커’라고 부른다.
링크트인 공동창립자 리드 호프먼 역시 종말 보험에 가입했다. 그는 “억만장자 절반가량이 이미 이런 보험을 갖고 있다”며 뉴질랜드가 대표적인 도피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들어 AI 기술 발전에 대한 불안감도 벙커 건설의 이유로 떠오르고 있다. 오픈AI의 공동창립자이자 수석 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는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AGI)이 머지않아 등장할 것이라 확신하며 직접 지하 대피소를 짓기 시작했다. 그는 “강력한 기술이 세상에 공개되기 전 연구진이 피신할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AGI는 인류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등장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역시 “5~10년 안에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반면 사우샘프턴대 웬디 홀 교수는 “AI가 대단한 기술인 것은 맞지만 인간 지능에 근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AGI 이후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초월한 인공 초지능(ASI)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는 “AI가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면 인간은 자연스럽게 통제권을 넘겨주게 될 것”이라며 “이건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라고 단언했다.
긍정적인 전망도 존재한다. 일론 머스크는 초지능 AI가 인류에게 ‘보편적 고소득’ 시대를 열 것이라 주장하며 의료·에너지·교통 등 모든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두가 자신의 R2-D2를 가지는 세상이 될 것”이라며 AI 낙관론을 드러냈다.
한편, BBC는 “AI 개발의 최전선에 있는 과학자들이 동시에 AI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