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전쟁 성패 쥔 기술인재 떠나는데…대책은 고작 '병역특례' [기자수첩-ICT]

2025-02-27

AI 토론회·공청회서 인재 확보 요청 봇물

여야, AI 인재 병역특례 관련 법안 공동 발의

韓 인재 유인책 열악...외국과 연봉은 3배 차이

인재 순유출국 전락 오래…근본적 문제 해결돼야

요즘 여야 막론하고 인공지능(AI) 관련 토론회나 공청회가 한창이다. 한수 아래로 여겼던 중국에서 튀어나온 스타트업 딥시크가 AI 기술 패권 경쟁 위기감을 불러일으킨 결과다. AI 전쟁의 최전선에 서있는 기업들이 일찌감치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을 호소할 땐 뭐했는지 안타깝지만, 이제라도 나선 건 다행이다.

토론회와 공청회에 나온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대한민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AI 컴퓨팅 인프라와 데이터센터를 확충하고, AI 기본법의 하위법령을 규제보다는 진흥 위주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응한 정책이나 입법 구상들도 나온다.

인프라와 법령 정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절실한 건 AI 인재 확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유망한 기술 인재를 한국에 묶어놓기 위한 강력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인프라도 인재가 없인 무용지물이 된다.

유상임 과기부 장관은 지난 25일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된 AI 공청회에서 미국 싱크탱크 매크로폴로 자료를 인용하며 세계 상위 20%의 AI 분야 연구원 중 한국이 배출하는 비율이 2% 수준에 머물렀다고 강조했다. AI 전쟁을 주도하는 중국은 47%, 미국은 18%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 파악은 됐다. 그렇다면 정치권은 어떤 해법을 내놨을까.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등 약 30명의 여야 의원들은 AI 등 첨단 분야 인재의 병역 특례 제도를 담은 병역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병역 특례.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다. 당장은 큰 돈이 안 들면서도 화제성도 높은 아이템이다. 하지만 부실한 AI 인력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만한 대책일까.

업계 충격을 안겼던 딥시크 채용 연봉은 국내 AI 개발자 연봉의 4배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후 딥시크는 파격적인 연봉을 내걸고 인재 추가 확보에 나섰다. 현지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딥시크는 대형언어모델(LLM) 핵심 기술 개발 연구원을 최고 연봉 154만위안(한화 약 3억6000만원)에 채용한다고 밝혔다. 국내 AI 스타트업은 개발자의 80% 이상이 6000만원 미만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한 연봉 격차다.

AI 산업 경쟁력을 결정적으로 좌우할 상위 수준 인력 확보 경쟁력은 더 절망적이다. 유 장관은 "첨단 AI 알고리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고급 인재가 부족하고 상위 1%급 혁신 인재는 국내 유치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고급 AI 인재 처우 현황을 살펴보자. 지난해 기준 박사급 AI 연구원 초봉은 해외 A사에서 12억6000만원이었으나 국내 S사는 4억1400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국내에서 고급 인재가 AI 분야에 뛰어들 유인도 없거니와, 애써 육성된다 해도 국내에 머물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으로부터의 인력 유입을 기대하는 건 어림도 없는 얘기다.

처우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고급 인재가 AI 분야에 쉽게 유입될 제도적 기반이나, AI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교육과정과 인증제 등에 대한 논의는 구체화된 게 없다. 키워놓은 인재를 잡아둘 형편도 안 되지만 근본적으로 인재 육성 기반 자체가 안 돼 있는데 병역 특례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단순히 1만명, 10만명의 AI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지르기식 목표도 현실과는 괴리돼 보인다. 국내 AI 산업 고도화에 필요한 건 ‘머릿수’가 아닌 ‘대체 불가한 고급 인재’의 존재다.

AI 전쟁에서는 속도가 핵심이다.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AI 인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이 인재 순유출국으로 전락한 지는 이미 오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1만명당 AI 기술 보유자의 순유출은 -0.3명이다. 10만명 당 약 3명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경쟁 상대인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이 순유입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토론회도 좋고 공청회도 좋다. 기업체 현장 방문으로 성의를 보이는 것도 바람직하다. 하지만 듣고, 보고, 원인 파악을 했으면 제대로 된 해결 방안을 내놓는 게 국민의 혈세로 먹고 사는 자들의 의무다. 정부와 국회가 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병역 특례보다는 화제성이 떨어지더라도 더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성과물을 하루 빨리 내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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