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 후 자영업에 나서는 60세 이상 고령층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들의 수는 2015년 142만명에서 올해 210만명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그만큼 사업 실패로 퇴직금을 날리는 사례도 적잖다.
문제는 대출금을 갚지 못해 계좌가 압류되면 연금까지 함께 묶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압류된 계좌에 국민연금이 입금되면 연금액도 일반 예금과 섞여 압류 대상이 된다. 연금 수급권이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생계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법적으로 모든 예금이 압류되더라도 한달 최저 생계비인 185만원까지는 법원에 압류 해제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매월 법원에 반복 신청해야 하고 실제 계좌에서 돈을 돌려받기까지도 시간이 소요된다.
◆‘국민연금 안심통장’=이런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국민연금 안심통장’이다. 국민연금 안심통장은 국민연금 수급자만 개설할 수 있는 압류방지 전용 계좌다. 연금 수급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2010년 5월 법제화됐다. 이 계좌는 채권자가 압류할 수 없고, 법원 압류 대상에서도 아예 제외된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안심통장을 이용하는 수급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2년 34만1306명, 2023년 36만491명, 2024년에는 39만6486명에 달한다. 올해 안으로 4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 통장에는 노령연금, 유족연금, 장애연금(1∼3급) 등을 월 185만원 한도까지 받을 수 있다. 만약 국민연금을 월 200만원 수령한다면 초과분 15만원은 일반 계좌로 입금된다. 다만 반환일시금이나 사망일시금처럼 일시금 형태의 연금은 나눠 수령할 수 없다. 일시금이 185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전액 일반 계좌로만 수령해야 한다.
안심통장에 연금 외의 돈은 입금할 수 없다. 예금주 본인이라도 추가 입금은 불가능하다. 단, 출금이나 다른 계좌로 이체하는 데는 제한이 없으므로 카드 대금 출금 등은 자유롭다.
가입 방법도 어렵지 않다. 은행, 우체국, 상호금융(농협·신협·수협·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전국 22개 금융사 어디서든 안심통장을 만들 수 있다. 이후 국민연금공단에 연금 수령 계좌를 해당 통장으로 지정하면 된다. 금융사에 따라 타행이체 수수료 면제 등 우대 혜택이 달라지므로 본인에게 유리한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주택연금지킴이통장’과 ‘NH농지연금지킴이통장’=국민연금 안심통장 외에도 상황에 따라 다양한 압류방지 전용 통장이 운용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 수급자는 ‘주택연금지킴이통장’을 개설해 연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운영 방식은 국민연금 안심통장과 동일하다.
농지연금 가입자는 NH농협은행의 ‘NH농지연금지킴이통장’이나 지역 농축협의 ‘농지연금지킴이통장’을 통해 연금 압류를 막을 수 있다. 신규 가입자는 통장을 먼저 개설한 뒤 해당 계좌로 수급 신청을 하면 되고, 이미 수급 중인 경우 한국농어촌공사에 계좌 변경 신청만 하면 된다.
◆농업인안전보험 등 각종 보험금은 ‘행복지킴이통장’=농업인안전보험과 농작물재해보험·가축재해보험·수입안정보험 등 ‘농업재해보험법’에서 정한 보험의 보험금은 ‘행복지킴이통장’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보험가입내역 확인서나 보험증권을 지참해 농협은행 또는 지역 농축협을 방문하면 개설할 수 있다.
류현주 기자 ryuryu@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