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어떤 일이나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가짓수를 ‘경우의 수’라고 한다. 예컨대 동전을 던져 앞면과 뒷면이 나올 경우의 가짓수는 2이다. 한 개의 주사위를 던져서 홀수의 눈이 나올 경우는 1, 3, 5의 세 가지이므로, 이때의 경우의 수는 3이다.
이에 대한 논의의 시작은 아이러니하게도 도박 판돈 분배와 관련해서다. 17세기 프랑스의 유명 수학자 파스칼이 중단된 도박 게임에서 판돈을 어떻게 나눠 가져야 하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료 수학자와 계산법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는 거다.
▲경우의 수는 한국 축구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4년마다 월드컵 아시아 예선과 본선 조별리그 통과와 관련해 으레 따져야 했고, 그 결과에 웃고 울었다. 그중 가장 극적인 사례 중 하나가 ‘도하의 기적’으로 기억되는 1994년 미국 월드컵 최종예선이다.
최종전을 앞둔 한국은 1승2무1패로 탈락 위기에 몰렸다. 북한을 3대0으로 이긴 한국은 일본의 경기를 초초하게 지켜봐야만 했다. 한데 일본은 종료 직전 통한의 극장골을 내주며 이라크와 2대2로 비겼다. 결국 골득실에 앞선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본선 티켓을 획득했다.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이 언제 어떤 판결을 내릴 지 온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유력 대선 주자여서다.
법조계 안팎에선 대선(6월 3일) 전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점차 우세해지는 형국이다. 만약 대선 전에 나온다면 예상되는 경우의 수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검찰의 상고가 기각돼 2심 무죄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다. 그렇게 되면 이 후보의 대권 가도에 탄력이 붙게 된다.
▲반대로 2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는 경우다. 허나 그렇게 되더라도 파기환송 재판에 시일이 걸리는 만큼 이 후보의 피선거권에는 영향이 없을 것 같다. 다만 ‘사법 리스크’ 문제가 다시 부각돼 정치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은 무죄를 유죄로 뒤집고 대법원이 직접 형량까지 선고하는 파기자판을 하는 경우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의견이다.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형사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파기자판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