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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하지 않은 직장 동료의 결혼식, 내 동생 시누이의 결혼식. 참석은 못 해도 모른 척할 수 없는 결혼식에 낼 축의금은 얼마가 적정 수준일까. 3만원? 5만원? 10만원? 한국인의 축의금은 결혼식장 식대에 따라, 당사자 및 가족과의 친분에 따라 달라지고, ‘면을 얼마나 세워야 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일각에선 축의금 문화가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을 키우는 대표적인 예시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체 축의금이 뭐길래?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직장인의 고민과 그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결혼식과 축의금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과 그에 따른 고민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24일 A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축의금 5만원 내고 밥 먹으면 무조건 욕 먹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친하지 않은 직장 동료 결혼식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의견은 ‘가면 10 안 가면 5’, ‘안 친한데 모른 척할 수 없는 직장 동료 결혼식 축의금은 ‘안 가고 5만원’이 국룰(‘국민+룰’을 뜻하는 신조어. 통상적인 기준, 남들을 거슬리게 하지 않는 유행 등을 일컷는다)’이라는 것이었다. 3만원만 내는 것은 아무래도 보기 좋지 않다거나, ‘안 내느니만 못 하다’는 목소리도 많다.
A씨는 “그냥 저냥인 동료한테 청첩장 식사대접 안받아도 가서 밥먹으면 무조건 10만원 해야하나요?”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청첩장을 식사 모임 없이 다 같이 있을 때 받았다는 것. 그는 “5만원도 적은 돈이 절대 아닌데”라며 “시간 내서 가서 축하도하고 돈도 10만원이나 내야하나요”라고 쉽지 않은 선택지에 대해 하소연했다. 이어 “식대가 5만원이라 해도 내시간 내서 축하해주면 그냥 밥먹고 5만원 내도 되지 않나. 받아들이는 사람 나름인걸까”라며 “물가가 미친 건지 사람들 인식이 별로인 건지. 축의금 문화가 너무 싫다”고 토로했다.
최근 물가 상승으로 적정 축의금 논란은 수년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카카오페이가 축의금 송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9월 기준 평균 축의금 비용은 9만원이었다. 카카오페이 투표 결과 참여자 7만4652명 중 58%가 10만원을 적정 축의금으로 선택했다. 카카오 페이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7만3000원), 2022년(8만원), 2023년(8만3000원)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모양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 평균 축의금은 약 6만원, 3~40대는 약 10만원, 5~60대는 약 12만원이었다. 나이와 무관하게 적정 축의금이라고 생각하는 액수는 10만원이었다.
청첩장 모임 여부도 심정적으로 축의금 액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한 누리꾼은 청첩장 모임과 관계 없이 청첩장을 받았다면 당당하게 낼 만큼 내고 식사하고 오라는 의견을 남겼다. 누리꾼 B씨는 “청첩장 받는 사람들 다 식사 대접 하면 그 사람은 결혼 하기도 전에 거덜납니다. 요즘은 결혼식 가서 축하만 해줘도 고마운 시대입니다. 다 내 할일 바쁜데 시간 내서 가서 축하해주는 거니까요.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니면 5만 원 내고 당당히 밥 먹어요. 그거 가지고 서운한 티 내면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입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B씨는 “5성급 호텔에서 결혼하면 그땐 5만원 보단 더 내야한다”고 덧붙였다.
결혼식에 초대받아도 마음대로 참석할 수 없고, 눈치를 보며 축의금을 계산해야 하는 현실에 반발심을 표하는 이들도 많다. 누리꾼 C씨는 “호텔 결혼은 본인들이 좋아서 거기에서 하는 건데 뭘 더 내냐. 최근 결혼했는데 5만원 축의금 냈다고 서운하지 않았다. 그 시간에 맞춰오려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옷 갖춰입고 시간 들여 와주셨을 생각하니 오히려 고마웠다. 돈돈돈 거리면서 축의금액에 집중하면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일침을 날렸다. 누리꾼 D씨도 “하객한테 밥값 물어보고 투표로 결정한 것도 아니고 예식장 식대가 5만원 넘든 안 넘든 하객이 신경 쓸 바가 아니다”라며 식대에 따른 축의금 문화에 반대했다.
앞서 ‘밥값 9만원’인 웨딩홀에서 결혼한다는 당사자가 축의금 5만원만 내고 밥 먹고 가는 것에 대해 ‘고마울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약간 고민이 된다’며 누리꾼에게 의견을 묻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친한 사이라면 5만원 축의금은 섭섭할 것 같다’는 의견과 함께 역시 ‘가면 10 안 가면 5’라는 공통된 의견을 내놨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결혼 축의금 기준은 ‘친밀도’가 압도적이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지난해 말 2~30대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축의금 액수 기준으로 ‘당사자와의 친분 및 알고 지낸 시간’(86.8%)이 약 90%에 달했다. 이어 ‘향후 내 결혼식에 참석할 사람인지 여부(5.6%)’, ‘결혼식 장소 및 식대(5.4%)’, ‘실물 청첩장의 전달 여부(2%)’, ‘기타(0.2%)’ 순으로 나왔다.
축의금 3만원은 ‘있을 수 없는’ 숫자일까? 앞서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 2023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식대는 뷔페의 경우 일반예식장이 1인당 평균 7만원, 호텔 등 코스로 나올 경우엔 14만원이 넘는다”며 적정 축의금 해법은 바로 ‘밥값’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밥값을 생각해야 한다. 10만원 내기는 부담스러우면 5만원만 내고 노쇼하라”고 조언했다. 꽤 타당해 보이는 이 의견은 결혼식 문화에 깊이 얽혀있는 ‘물질 만능주의’, ‘인간 소외’에 대한 비판에 맞닥뜨린다. 한 전문가는 “축의금 논쟁은 경제적 부담 및 인간관계에 대한 개념 변화 같은 이유도 있지만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를 축하해주는 것이 본질이라는 걸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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