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협력관계 복원, 지배구조 개편"... 고려아연 "집중투표제 도입"

2025-01-11

23일 고려아연 임시주총 앞두고 양측 여론전 '정점'

앞서거니 뒤서거니 주주서한... 지지 호소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도 상이한 입장 내놔

최윤범 회장 주주서한 "집중투표제, 소수주주 이익"

MBK 주주서한 "이사회 개편 위해선 정원 늘려야"

영풍 "호혜적 협력관계 복원만이 같이 사는 길"

고려아연 "관계 복원은 우리가 먼저 요청했던 일"

고려아연과 영풍 간 협력 관계가 단절된 가운데, 영풍은 호혜적 협력 구조 복원을 주장하며 양사의 공동 비즈니스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라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한국기업투자홀딩스 김광일 대표는 주주서한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과 이사회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최윤범 회장의 경영 방식을 비판했다. 최윤범 회장도 앞서 2일, 주주 서한에서 경영 성과와 미래 비전을 내세워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영풍은 8일, 고려아연과 영풍 간의 협력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영풍과 고려아연의 수십 년간 공동 비즈니스는 글로벌 비철금속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로 평가됐다. 하지만 양사의 협력 관계는 2024년 정기주주총회 이후 단절됐다.

영풍은 "양사는 아연 정광 등 원재료를 공동 구매하고, 아연괴를 공동 수출해 원료 비용 절감과 시장 지배력 강화를 도모했다. 2023년 기준, 두 회사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6.9%로 세계 1위를 기록했으며, 생산량은 고려아연 64만톤, 영풍 32만톤에 달한다"면서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생산된 은부산물 등 중간재를 고려아연이 구매해 귀금속을 추출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자원 순환에도 기여해 왔다"고 강조했다.

영풍 관계자는 “이러한 협업은 양사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상호 호혜적 구조였다”며 “공동 비즈니스의 단절은 감정적 결정일 뿐”이라고 촌평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의 이같은 주장에 불편한 내색을 비췄다. 최윤범 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영풍에 화해 시그널을 보냈을 때는 반응이 없다가 이제와서 '호혜적 관계 재구축' 을 주장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다만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같은 내부 분위기를 전하면서도 "영풍 측 주장에 특별한 입장은 없다"고 답했다.

영풍은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표면화된 지난해 고려아연 정기주총을 기점으로 최윤범 회장 측이 두 회사의 공동 비즈니스를 일방적으로 단절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린상사(KZ트레이딩)의 경영권에서 영풍을 배제한 점을 두고, “동업의 상징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영풍은 이러한 단절이 양사와 주주 모두에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하며, 협력 관계 복원을 촉구했다.

영풍 관계자는 “공동 비즈니스의 복원은 단순히 영풍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의 김광일 대표는 8일, 고려아연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이사회 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고려아연의 임시주주총회는 이달 23일 열릴 예정이다. 임시주총을 앞두고 양측의 여론전은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가 서로 엇갈리는 권고를 내린 결과를 두고도 양측은 서로에게 유리한 해석을 내놨다.

23일 열리는 임시주총은 약 1년간 지속된 영풍-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간 경영권 분쟁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임시주총을 앞두고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회 정원 제한을 위한 정관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반면 영풍-MBK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 반대, 이사회 정원 대폭 확대 등을 요구하며 맞섰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마저 각각 상이한 입장을 나타내면서 고려아연 주식을 다량 보유한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 투자자들과 국내 대기업들의 표심에 관심이 쏠린다.

김광일 대표는 “(고려아연) 현재 이사회는 최윤범 회장의 독단적 경영을 승인하며 기업가치를 훼손했다”며 “지배구조 개혁을 통해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주서한에서 김 대표는 △장씨(영풍)·최씨(고려아연) 가문 동업 체제로부터의 독립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 △최윤범 회장 재임 중 발생한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 등을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영풍과 한국기업투자홀딩스 측은 최윤범 회장 측이 제안한 '집중투표제'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본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 보호를 위한 방어장치로서의 가치를 지니나, 이번처럼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에서는 오히려 기존 경영진이 장악한 이사회 개편을 지연시키고 분쟁을 심화시키는 역기능이 있다는 것. 대신 영풍 측은, 분리 선출되는 감사위원의 경우 '일반 주주' 추천 후보를 선임하자고 역제안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14명의 신규 이사 후보를 통해 고려아연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들이 내세운 후보는 금융·산업·법조계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김광일 대표는 “(고려아연) 이사회에 참여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앞서 2일, 주주서한을 통해 경영 성과와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을 지속 가능하고 투명한, 주주 중심의 미래로 이끌 것”이라며 이번 임시주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최 회장이 지난 10년간 99분기 연속 흑자와 2023년 주주환원율 69%를 달성한 경영 실적을 통해 이미 충분한 역량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전기차 배터리 소재 △자원 순환 사업으로 구성된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을 제시하며 글로벌 도전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겠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회 상한 설정 △사외이사 추가 선임 △분기 배당 도입 △이사회 의장과 CEO 분리 등을 주요 의제로 앞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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