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고강도 쇄신' 촉구에…매출 반토막도 감수

2025-01-12

롯데면세점이 매출을 절반 가까이 포기하면서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는 결단을 내린 것은 더 이상 외형 성장을 위해 출혈을 감수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내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만년 적자를 내는 미운 오리가 된 면세점 사업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대수술에 나서는 것이다. 올해 매출은 2조 원대 중반으로 낮아지며 업계 1위에서 내려오겠지만 손실을 줄여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올해부터 다이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는 대신 내국인 관광객과 외국인 개별 관광객, VIP 고객 등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폐지했던 마케팅 조직을 부활시키고 마케팅전략팀과 자유여행객(FIT)마케팅팀, 여행사마케팅팀 등으로 세분화했다. 정확한 수요예측을 바탕으로 상품 운영을 효율화하기 위해 운영혁신부분도 신설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가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면세 업계 정상화 및 체질 개선 노력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신년사에서 수익성 중심의 경영 활동을 강조하면서 △상품 경쟁력 향상과 개별 여행객 비중 확대 △개별 점포의 성과를 넘어선 전사적 체질 개선과 질적 성장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2025 상반기 VMC(Value Creation Meeting)’에서 “과거 그룹의 성장을 이끈 헤리티지(유산)가 있는 사업일지라도 새로운 시각에서 사업 모델을 재정의하고 사업 조정을 시도해달라”며 고강도 쇄신을 촉구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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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말 기준 매출 4조 원대로 업계 1위를 수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영업손실 규모가 1000억 원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면세점은 영업이익만 3504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2019년 이후 2023년을 제외하고는 영업손실을 이어오고 있다. 손실 규모가 1000억 원을 넘은 것은 2022년(-1395억 원)에 이어 두 번째다.

국내 입국하는 해외 관광객 규모가 예년 수준에 가깝게 회복하고 있지만 관광객당 구매 단가는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면세점을 방문한 외국인 수는 857만 명으로 1년 만에 59.4% 늘었으나 이들의 매출은 10조 1010억 원으로 0.8% 증가에 그쳤다.

특히 매출의 50%를 다이궁에 의존하는 롯데면세점의 사업 구조는 수익성 악화의 주범으로 꼽혀왔다. 다이궁에게 상품 가격의 40~50%를 송객 수수료로 지급하면서 매출이 늘어날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가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송객 수수료율은 2023년 35%까지 낮아졌지만 손익분기점인 20%보다 월등히 높아 여전히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송객 수수료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100여 명에 가까운 직원을 구조조정하고 롯데월드타워점 매장 면적의 35%를 축소하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다른 면세점들 역시 다이궁과의 거래 관계를 재설정할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다이궁 매출 비중이 50% 안팎에 이르는 만큼 당장 거래를 중단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신라면세점은 동남아·중국 관광객을 겨냥해 해당 국가 카드사와 제휴를 확장하고 있으며 신세계면세점은 세계1위 호텔 그룹인 메리어트본보이와 손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다이궁을 선점하기 위한 과도한 송객 수수료 인상 경쟁은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다이궁을 통한 대규모 구매력을 유지해야 상품 매출 원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이들과의 거래 중단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3분기 기준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국내 4대 면세점의 누적 적자가 1355억 원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면세점이 한발을 빼면서 다이궁 수수료 경쟁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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