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벤처기업 전체 평균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국가 성장동력의 한 축인 벤처업계가 위기다.
12일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벤처기업 평균 영업이익은 '1100만원 적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협회가 실태조사를 시작한 1999년 이후 첫 적자 전환이다. 단순한 수익 악화가 아니라 K벤처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약화라면 큰 문제다.
전년 평균 영업이익은 3600만원이었다. 전체 벤처기업 영업이익 총액은 1조1520억원에서 4219억7500만원 적자로 1조5740억원이나 급감했다. 실태조사는 벤처기업 3만6959개를 전수 조사했다.
벤처기업 평균 금융비용(이자비용)은 1억4300만원으로 1년 새 22.2% 증가했다. 2020년부터 매년 올라 평균 연간 이자비용 상승률이 24.73%를 기록했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과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원자재와 부품 조달 비용이 폭등하며 기업 수익성이 잠식됐다. 정부의 금융 지원 대책이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종별로는 IT·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업이 평균 영업이익률 -9.4%로 가장 큰 손실 폭을 보였고, 정보통신·방송서비스업도 -3.7%를 기록했다. 매출 규모가 작을수록 상황은 더 심각했다. 매출 400억~500억원 이상 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4.97%인 반면, 매출 5억원 미만 기업은 -219.2%에 그쳤다.
영업이익 감소는 연구개발(R&D) 투자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쳤다. 2023년 벤처기업의 연구개발비 비율은 매출 대비 평균 4.6%로, 전년 대비 0.4%포인트(P) 증가에 그쳤다. 이는 2021년(3.2%)에서 2022년(4.2%) 1%P 상승했던 것과 비교하면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혁신 활동에 대한 투자 여건이 악화하며 벤처 생태계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었다.
특히 지난해 정부의 R&D 예산 삭감이 아직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은 더욱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이는 2024년 실적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는 R&D 예산 감소에 따라 일부 사업의 예산 삭감을 발표했으나, 강한 반발이 이어지자 기술혁신개발과 창업성장 지원 사업에 대해서는 감액 결정을 철회하고, 예산을 100% 지원하기로 했다. 반면 소재·부품·장비 및 기후 관련 사업은 예산이 여전히 50% 삭감된 상태로 유지했다.
투자 환경이 악화하면서 벤처시장 자체도 축소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국내 벤처기업 수는 3만8000개 수준으로, 전년(4만개)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벤처기업에 대한 금융비용 부담 완화와 R&D 투자 확대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벤처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단순 기업의 실적 감소를 넘어 국가 경쟁력 악화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서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과 더불어 R%D 투자 확대를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