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벌집꿀’ 수입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봉업계는 혹시나 있을 질병 감염 우려에 대비해 외국산 벌집꿀을 검역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식품정보마루 통계에 따르면 올들어 18일 기준 외국산 벌집꿀 수입량은 65t으로 집계됐다. 지난해(13t) 수준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양봉업계에선 최근 ‘요거트 아이스크림’ 등 디저트 전문점이 늘어나는 것을 벌집꿀 수입 증가의 배경으로 본다. 일부 업체에선 벌집꿀을 토핑(음식을 꾸미는 추가적인 재료)으로 제공하는데, 해당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수입량이 덩달아 증가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벌집꿀이 일반 수입 식품과 동일한 통관 절차를 거친다는 데 있다. 농림축산식품검역본부 등에 따르면 한자어로 ‘소비(巢脾)’라고 일컫는 벌집은 ‘가축전염병예방법’상 ‘지정검역물의 검역방법 및 기준’에 따라 지정검역물로 분류돼 수입할 때 검역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벌집꿀은 꿀이 담겨 있다는 이유로 식품공전상 식품으로 분류돼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한 양봉 수의사는 “원산지가 불확실한 벌집꿀이 검역 절차 없이 들어오면 예기치 않은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꿀벌은 수십㎞에 이르는 넓은 지역을 비행하기 때문에 벌집꿀을 매개로 질병이 교차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용래 한국양봉농협 조합장은 “국민 건강을 지키고 양봉산업을 활성화하려면 외국산 벌집꿀이 검역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양봉협회는 11월말부터 소속 농가에게 ‘수입벌집꿀 검역대상 지정 건의 서명부’를 보내 관련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박근호 양봉협회장은 “협회 차원에서 농가들의 의견을 모아 정부 등에 대책 마련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명확한 견해를 내비치지 않고 있다. 10월24일 국회의 농림축산식품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김정희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양봉 ‘소비’ 지정검역물에 관한 질의를 받고 “양봉 ‘소비’는 지정검역물로서 검역을 받지만 식용인 벌집꿀은 질병 전파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판단한다”면서 “관련국 사례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검역본부는 20일 양봉업계와 ‘지정검역물’에 대한 자문단 회의를 열고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이유리 기자 glass@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