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삼국지

2025-11-24

2015년 제87회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영화 <버드맨>은 주인공(마이클 키튼)의 딸이 한국인 꽃집에 갔다가 “더러운 김치 냄새가 진동해”라고 말한 장면으로 한국 비하 논란을 일으켰다. 딸 역할을 맡은 배우는 K팝 마니아이자 당시에도 한식을 좋아했다는 에마 스톤이었다. 1980년대 미국으로 이민 갔던 배우 선우용여가 최근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김치 냄새로 멸시당한 일화를 털어놓았듯이 교포들의 애로사항 중 하나는 ‘한국인 밥상’의 필수인 김치였다.

이민자들조차 눈치 보며 먹어야 했던 김치는 이제 어엿한 ‘수출 상품’이 됐다. 김치 수출액은 지난해 1억6357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 10월까지 수출액도 지난해 동기보다 2% 늘었다. 반대로 김치를 보는 외국인 시선이 바뀌었지만, 한국은 김치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커졌다. 올해 김치 무역수지는 2207만달러 적자로 예상된다. 사상 최대 김치 무역적자를 기록한 지난해보다도 10% 넘게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

한국의 김치 최대 수출국은 일본이다. 하지만 한국 김치 인기가 높아졌어도 일본 시장은 일본산 김치가 시장의 85%를 점할 정도로 ‘레드 오션’이 됐다. 근래 배추김치 평균 가격도 일본산 0.97엔, 한국산 1.16엔으로 가격차가 벌어져 우리 김치 입지는 계속 좁아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김치 최대 수입국은 예상대로 중국이다. 수입액의 거의 100%를 차지한다. 국산 김치 가격의 절반 이하로 싸서 식당이나 가공식품 업체들이 주로 사용한다. 국내 김치 제조 비용이 오르면,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어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지난해 겪은 ‘금배추’ 파동처럼, 김치 가격은 고춧가루·무·배추·파·마늘 등 채소 가격이 좌우한다.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이 반도체 강국의 토대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고 보니, 반도체에서 벌어지는 한·중·일 3국 경쟁이 김치에서도 치열해지는 듯하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위해 정부가 천문학적인 지원을 하며 한국뿐 아니라 원천기술 보유국인 미국을 바짝 뒤쫓고 있다. 일본은 명실상부한 반도체 소부장 강국이다. 김치도 ‘종주국’의 자존심만 앞세우다가는 큰코다칠 일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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