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고령화 극복하기 위해 일본, 독일이 택한 해법

2025-04-20

[비즈한국] 0.75명. 2024년 기준 우리나라 가임여성 1인당 합계출산율이다. 현재 15세 여성이 가임기인 49세까지 출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숫자가 1명도 안 되는 것이다. 그나마 0.72명이던 전년 수치보다는 오른 것이다. UN 인구통계(World Population Prospects)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홍콩은 2023년 합계출산율 0.72명으로 세계 최저를 기록했다.

저출생이 세계적 문제로 떠오른 지금,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이를 극복하려 할까.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일본과 독일의 인구감소 대응 정책을 연구한 보고서 2종을 출간했다. 고령화와 저출생을 우리보다 앞서 경험한 일본과 독일이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실제 효과는 어떤지, 두 보고서에서 우리가 참고할 만한 정책 사례를 정리해 소개한다.

#일본, 아동가정청 신설해 어린이 문제 창구 일원화

인구를 늘리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출산율을 높이고 사망률을 낮춰 국내 인구를 늘리는 것, 이민 등을 통해 해외 유입 인구를 늘리는 것. 대부분의 나라가 두 가지 정책을 병행한다.

이웃나라 일본은 일찍이 2008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50년에는 고령화율이 4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 문제에 대응이 빨랐던 반면 저출생 문제는 상대적으로 대응이 늦었다. 2010년 전후로 인구감소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이후 다양한 인구감소 대응책이 나왔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정책 방향은 두 가지다. 출생보다 육아에 집중한 것과 지방 균형발전을 통해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것이다.

2023년 4월 일본 정부는 ‘아이들이 중심인 사회’를 실현하자는 취지에서 내각부 산하에 ‘아동가정청’을 신설했다. 후생노동성(한국의 보건복지부) 소관이던 아동과 가족의 지원 체계를 분리해 일원화했다. 아동가정청은 어린이 빈곤 문제, 학교 부적응, 학대나 따돌림 등의 과제를 다루면서 어린이들의 삶에서 만족도와 행복감을 높이려는 정책들을 내세우고 있다. 아이들의 행복감이 높아지면 가족이 행복해지고, 이는 가족 기능 회복과 출산율 상승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

각 지자체에는 아동가정센터가 설치돼 어린이종합지원 거점 역할을 한다. 상담창구를 일원화하고 아동과 관련된 포괄적인 지원체제를 구축했다.​

#지방을 살려야 인구가 는다

2060년 일본의 인구는 8600만 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생산연령인구도 지속적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인구감소 문제는 지방을 중심으로 이미 가속화되고 있다. 반면 수도권 지역, 특히 도쿄 지역에는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60년까지 인구 1억 명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지방창생전략’을 세웠다. 일종의 지역 재생 전략이다.

지방창생전략은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소멸 위기라는 과제에 지역균형발전의 시각으로 접근한다. 실제로 인구감소와 지역 활성화는 관계가 깊다. 지방분권과 재정이 건강해지면 지역의 고용과 소득이 높아지고, 이것이 인구 증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국내외 많은 연구에서 검증됐다.

일본 정부는 지방창생추진교부금을 각 지자체에 지원하고, 지자체는 주거, 일자리, 경제, 육아 등 지역의 실정에 맞게 다양한 지역재생 전략을 계획·실시한다.

특히 2008년 시작된 ‘고향납세제도’는 지방창생에 의한 지역균형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고향납세제도는 기부자가 자신의 고향을 지정해 기부하면 세금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제도로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기부자에게 답례로 지역의 특산물이나 가공품을 제공하는데, 이것이 지역경제의 선순환 메커니즘을 만든다. 지역에 일자리와 소득이 만들어지고, 그로 인해 지자체도 재정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고향세 액수는 2008년 81억 4000만 엔(약 800억 원)이던 것이 2021년 8302억 엔(8조 원)으로 100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각 지자체가 교육 및 인재양성, 의료, 복지, 아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재원으로 쓰이고 있다.

#전 연령 아우르는 독일의 인구 정책

독일 역시 일본처럼 고령화와 저출생 문제를 우리보다 앞서 경험했다. 이미 1972년부터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선 독일은 1990년대부터 인구 문제를 연구하고 전략을 만들어왔다. 현재 독일의 인구 전략은 출생, 육아, 아동에 집중하기보다는 전 연령의 행복을 추구하는 점이 특징이다.

2012년 ‘모든 연령은 중요하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뒤 2015년부터는 ‘모든 세대의 번영과 더 나은 삶의 질’이 인구 전략의 목표가 되었다. 이를 위해 가족, 청(소)년, 근로, 노인생활, 치매, 지역, 숙련인력, 외국인 인력, 교육, 공공서비스 등 10개 분야로 실무 분과를 만들어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이민자 국가’ 공식 선언

독일 인구정책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민 정책이다. 2022년 11월 28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독일을 ‘이민자 국가’라고 공식 선언했다. 사실 독일은 저출생과 베이비부머의 퇴직으로 생긴 숙련 인력의 공백을 이민자들로 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독일 연방고용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4분기에만 170만 개의 일자리가 공석으로 남아 있다. 183개 직군에서 전문인력이 부족한데, 주로 간호, 의료, 건설 및 IT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결국 경제의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중요한 정책 수단이 되었다. 이 때문에 최근 독일의 이민 정책은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의 이민을 촉진하는 쪽으로 변화했다.

2020년 독일 정부는 ‘숙련인력이민법(FEG)’을 시행해 비EU 국가 출신 외국인 숙련 인력들이 독일에 좀 더 쉽게 올 수 있게 문호를 넓혔다. 2022년 10월에는 ‘숙련인력전략’을 채택해 해외 숙련 인력을 적극 유치하고 이들의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행정 절차를 개선했다. 이후에도 비자, 고용 프로세스 등 행정절차를 ​지속적으로 ​간소화했다.

이민자를 위한 통합 정책도 강화했다. “환영 구조가 환영 문화를 만든다”라는 모토 아래 이민 당국, 주 정부 부처 및 지방 당국의 전문가들이 이민자를 지원하는 구조를 검토하고, 이를 더욱 발전시키도록 실질적 권고안을 만들었다.

비EU 출신 외국인과 난민들은 ‘사회통합프로그램’을 통해 총 700시간의 독일어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또 독일에 입국하기 전 사전 통합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여기에는 정기적인 이주 경로에 대한 조언, 언어 지원, 독일 생활에 대한 지식 제공, 출신 국가에서 독일 내 지방 당국 수준의 상담 센터로 숙련된 근로자를 동행하는 구조 등이 포함된다.​

2023년 12월 기준 독일 내 외국인 수는 1389만 5865명으로, 전체 인구의 15.2%를 차지한다. 지난 50년간 외국인 비중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주 배경을 가진’ 인구는 전체 인구의 28.7%를 차지한다. ‘이주 배경을 가진’ 인구는 현재 독일 시민(국적자)이 아니거나 출생 시 독일 시민(국적자)이 아니었던 사람, 또는 부모 중 최소 한 명이 출생 시 독일 시민(국적자)이 아니었던 경우를 의미한다. 이들은 이주 배경이 없는 독일인보다 연령층이 젊어, 고령화를 일부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독일에 거주하는 전체 외국인 중 74% 이상이 노동가능연령대로 확인된다(2022년 기준). ​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독일은 1950년대부터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였음에도 2010년대가 지나서야 이민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난민이 증가하는 외부 상황과, 노동력 부족 및 고령화 같은 내부 상황을 모두 고려한 결과다. 특히 최근에는 산업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숙련 인력의 유입을 촉진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은 오랫동안 ‘단일민족’이라는 정체성을 자랑스레 내세워왔다. 그러나 일부 산업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아예 유지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 경제의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민 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앞서 지난해 7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발간한 ‘선진국 이민 정책으로 본 한국 이민 정책 시사점 연구’ 보고서 역시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이 보고서는 일본과 독일의 상반된 이민 정책의 결과를 비교한 뒤, 일본처럼 차별·배제 유형의 외국인 노동 정책을 근간으로 하는 한국의 정책 방향을 독일과 같은 포용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고

△일본의 인구감소 대응 정책 사례 연구(연구책임자 황남희, 공동연구진 김은지·​이성한·​라민경)

△​독일의 인구정책 사례 연구(연구책임자 주보혜, 공동연구진 권영지·김유휘·​박은정·​김은정)​

김남희 기자

namhee@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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