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 탓 대중 무역구조 깨져…"아세안·EU 대체시장 잡아야" [관세후폭풍]

2025-10-12

트럼프발 관세가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과 중국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던 글로벌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되면서 한국의 기존 수출 구조가 와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중앙일보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무역관장 118명에게 미국 상호관세가 각 주재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물어본 결과, 32.2%(38명)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6.8%(8명)에 불과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의 무역 활동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유럽 24명, 중국 21명, 동남아·대양주 15명, 중동 13명, 중남미 12명, 독립국가연합(CIS) 10명, 서남아 9명, 아프리카 8명, 일본 4명, 캐나다 2명 등 전 세계 118명의 KOTRA 무역관장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특히 중국 주재 무역관장 21명 중 90.5%(19명)은 향후 중국 내 한국 기업들의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57.1%(12명)는 올해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이 전년 대비 5%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올 1~9월 대중 수출은 전년 대비 3.6% 줄었다. 이는 한국에서 중국으로 중간재를 수출하고, 다시 중국에서 미국 등으로 완성품을 수출하는 전통적인 무역 구조가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주재 A 무역관장은 “한국에서 중간재를 수입해 중국에서 조립 후 미국으로 수출하는 구조인데, 미국 상호관세 부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 한국 역시 대중 수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같은 지역의 B 무역관장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규제로 수출 축소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무역관장들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이 기회를 잘 살린다면 장기적으로 새로운 수출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고도 봤다. 유럽 주재 C 무역관장은 “미·중 갈등 심화로 독일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는데, 한국산 소재·부품의 신뢰성과 대체 공급원으로서 위상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에 있는 D 무역관장은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한국의 신기술에 관심을 갖는 일본 기업들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이를 위해선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전환하는 등 여러 관문을 넘어서야 한다. 유럽의 E 무역관장은 “유럽 기업 중엔 중국산의 대체재로 한국 제품을 검토하는 경우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생산이 중단되었거나 조달하기 불가능해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향후 가장 유망한 대체 시장으로는 아세안(ASEAN) 지역을 꼽았다. 시장 접근성과 성장 속도가 좋고, 생산 거점과의 연계가 용이하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1~8월 한국의 아세안 수출은 전년 대비 5.6% 늘었다. 뒤이어 유럽연합(EU), 인도 등 서남아 지역 순이다.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할 수출 품목으로는 바이오헬스(21.7%·복수응답), 반도체(19.6%), 원전 등 에너지(19.6%), 인공지능(16.7%)이 꼽혔다.

이금하 KOTRA 북미지역본부장은 “바이오헬스와 관련해 미국은 세계 최대의 수요와 혁신 친화적 환경을 제공하고, 한국은 기술력·가격 경쟁력·디지털 역량을 갖춘 공급자로서 상호 보완적 구조를 이루고 있어 유망하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 기업이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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