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처럼 정파적 행태 보이면 안 돼
탄핵 반대 외쳐온 지지자 설득해서
대통령다운 모습 보일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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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내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후 변론에서 내놓을 진술을 가다듬고 있다. 윤 대통령의 최후 진술은 헌법재판관이 아니라 국민을 향한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경제·민생이 어려워지고 미국 트럼프 정부발 불확실성까지 겹친 내우외환의 위기 속에서 리더십 공백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이다.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나라는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로 갈라져 극심한 분열과 혼란상을 보인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체포와 수사, 탄핵심판 과정에서 곁가지 사안을 놓고 국회 소추인단, 증인들과 다퉈왔다. 강성 지지층의 시위를 응원하며 분열을 충동하는 정파적 행태도 보였다. 윤 대통령 측은 최후 변론에서 비상계엄은 야권의 ‘줄 탄핵’ 등으로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기존 주장을 재차 강조하면서 탄핵소추 기각 주장을 펼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최후 진술은 대리인들의 이런 변론과는 격이 달라야 한다. 무엇보다 최종 결정권자로서 비상계엄이 초래한 국가적 혼란의 책임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헌법재판소 결정이 어느 쪽으로 내려지든 그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겠다는 메시지도 반드시 내놔야 한다. 탄핵 반대를 외쳐온 지지자들을 설득할 책임도 윤 대통령에게 있다. 설사 헌법재판소의 인용 결정이 나오더라도 이를 받아들이도록 당부해야 한다. ‘헌법 준수와 국가 보위’를 다짐하고 취임한 대통령 아닌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와중에 나라는 지역과 세대, 성별 등 여러 층위에서 갈라졌다. 윤 대통령의 최후 진술이 이런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윤 대통령에게는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여줄 마지막 기회다.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기각을 전제로 임기 단축 개헌을 제안하고 집권 비전을 밝힐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임기 단축 개헌 구상은 과거 탄핵 위기에 몰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허망한 개헌 시도를 떠올리게 한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대신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에 나섰다면 조기 대선을 바라는 야당의 호응을 끌어냈을지 모른다. 그렇게 시효가 다 된 ‘87년 체제’를 끝내고 제7공화국의 문을 열었다면 윤 대통령은 87년 체제에서 개헌을 성사시킨 첫 대통령으로 남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탄핵심판 결정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 개헌 카드를 꺼내면 탄핵 인용을 모면하려는 꼼수라는 소리밖에 더 듣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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