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결혼 소식을 전한 36세 동갑내기 미국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와 프로미식축구리그(NFL) 선수 트래비스 켈시. 2년간의 열애를 거쳐 30대 중반에 이들이 결혼을 발표한 것은 ‘캡스톤(머릿돌)’ 모델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어느 정도 자신의 분야에서 자리를 잡고 경제적 안정도 갖춘 뒤에 결혼을 결심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코너스톤(주춧돌)’ 모델을 따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20대 초반에 결혼부터 한 다음 부부가 함께 집을 사고, 자산을 불리며, 각자 경력을 개발하는 식이다. 경제적 기반을 다지고 직업적 성과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결혼을 출발점(주춧돌)으로 삼느냐 아니면 마지막 단계(머릿돌)로 여기느냐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혼인율은 하락세를 보이는 추세다. 오하이오주에 있는 볼링그린 주립대 분석에 따르면 22~45세 초혼율은 2008년 대비 2023년 기준 9% 감소해 미국인 1000명당 60건의 혼인율을 기록했다. 동시에 평균 초혼 연령은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 지난해 기준 남성의 첫 결혼 중위 연령(전체 인구를 나이 순으로 정렬했을 때 정중앙에 있는 연령)은 30세, 여성은 29세로 나타났다. 2008년엔 남성 28세, 여성 26세였다.
WSJ는 경제적 안정이 우선시되는 상황에서 개인의 학력은 물론이고 부모의 소득 수준이 결혼 여부와 시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미국 가족연구소(Institute for Family Studies)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23년까지 대졸 이상 22~45세의 결혼율은 대졸 미만의 결혼율보다 훨씬 적게 감소했다. 또한 소득 상위 3분의1 소득 집단의 기혼자 비율은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나머지 하위 3분의2 소득 집단에서는 훨씬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대졸 이상과 고소득층의 결혼율이 줄긴 했지만, 대졸 미만과 저·중소득층에서 결혼율 하락 폭이 훨씬 컸다는 뜻이다.

부모의 소득 역시 결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코넬대 연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부모가 상위 소득 25%에 속하는 37세 미국인의 59%가 결혼한 상태였지만 부모가 하위 25%에 속하는 경우는 30%였다. 멜리사 커니 프랑스 노트르담대 교수는 “고소득자 자녀와 스스로 (교육을 통해) 고소득자 반열에 오른 이들이 결혼하면서 부의 집중을 강화하고 소득 격차를 더욱 벌린다”고 말했다.
캡스톤 모델의 장점이 없진 않다. 배우자 선택에 신중해지면서 결과적으로 경제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안정적인 배우자를 만나 결혼 생활을 꾸준히 이어간 결과 이혼율을 낮추는 데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