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포경수술과 자폐증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면서 포경수술 후 신생아에게 투여되는 타이레놀이 자페증과의 연결고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케네디 장관은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조기에 포경수술을 받은 아이들이 자폐증 발병률이 두 배 높다는 연구가 두 건 있다”며 “타이레놀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언급한 연구의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지난 2015년 덴마크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Z세대 남아 약 34만 3000명을 추적한 결과, 포경수술을 받은 아이들이 10세 이전 자폐증 진단을 받을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어린 시절의 통증과 스트레스성 수술이 이후 신경 발달이나 행동, 심리 문제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가설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의료계 일각에서는 해당 연구가 결함이 있다며 연구진이 소아에게 흔한 요로 감염과 같은 다른 고통스러운 질환도 고려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포경수술을 받은 아이들이 병원 및 의료진과 더 많이 접촉하면서 자폐증이 더 빨리 진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제기됐다.
아울러 뉴욕 브루클린에서 활동하는 모헬(유대교 전통 의식용 포경수술 전문가)인 랍비 네헤미아 마르코비츠는 약 40년간 수천건의 신생아 포경수술을 집도했다면서 "포경수술을 받은 신생아에게 타이레놀 복용을 권한 적이 없다"고 했다. 포경수술을 했다고 해서 타이레놀을 처방 받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 같은 케네디 장관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산부가 고열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타이레놀을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 지 2주 만에 나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태아의 자폐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산부는 고통을 견뎌야 한다”며 식품의약국(FDA)이 타이레놀 라벨에 자폐증 및 두뇌 발달 위험 관련 경고를 추가하도록 촉구했다. 미국에서 자폐증 진단율은 2000년 이후 400% 증가했으며, 현재 미국 어린이 31명 중 1명이 자폐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타이레놀은 가벼운 통증과 발열을 완화하는 일반의약품으로, 70년 동안 안전하게 사용돼 왔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산모-태아의학회와 미국 산부인과학회는 임신 중 타이레놀을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타이레놀은 임신부에게 비교적 안전하다고 판단된 대표적 해열진통제 제품으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다. 국내에서 이 성분의 단일제 및 복합제로 허가받은 제품은 1300여개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