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팀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일부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발표하자, “통계적 착시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료계 반박이 나왔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특정 암 발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이화여대 호흡기내과 연구팀의 논문이 국제학술지 바이오마커(Biomarker)에 게재됐다. 이 논문은 영국 데일리메일(Daily Mail) 등 해외 매체에서도 소개돼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이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를 약 1년 동안 비교·분석한 결과, 백신 접종군에서 △전립선암 1.69배 △폐암 1.53배 △갑상선암 1.35배 △위암 1.34배 △대장암 1.28배 △유방암 1.20배로 발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위험 증가 폭이 컸다.
연구팀은 “백신 접종과 특정 암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밝히면서도 “추가적인 장기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번 연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재훈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과관계가 아닌 단순한 연관성을 보여준다”며 결과를 해석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백신을 맞은 사람일수록 병원을 더 자주 찾고 검진을 더 받는 경향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숨겨져 있던 암이 우연히 발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암은 수년, 길게는 수십 년에 걸쳐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백신 접종 직후 생긴 것처럼 보이는 것은 오해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연구가 ‘백신이 암을 유발한다’는 식으로 확산되면 불필요한 불안과 불신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실제 국내 암 발생률은 백신 접종 전후로 큰 변동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백신 안전성 논의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공중보건적 차원에서는 보다 신뢰성 있는 데이터와 장기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