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진흥청이 올해 해킹 사건 이후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행정 편의주의적 대응책을 마련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령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을 고려하면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여당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개인정보 보호 정책과 관련해 농촌진흥청에 대한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농촌진흥청이 운영하는 축사로 홈페이지에서는 가입자 정보 3000여개가 유출됐다. 또 농약안전정보·농촌진흥사업종합관리시스템·국가농작물병해충관리시스템·농업유전자원서비스 등에서도 개인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된 바 있다. 이중 중복 가입을 제외하면 총 40만 7345개 계정의 정보가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 농촌진흥청은 강제로 비밀번호를 변경했을 뿐 이를 피해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웹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자가 상대적으로 다수인 특성을 고려하면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과 협업해 이를 가입자에게 직접 안내하는 조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해킹 대상 중 하나였던 농촌진흥사업종합관리시스템의 경우 개인정보 유출 계정 소유주 중 65세 이상 고령자는 33%인 6057명으로 드러났다. 이를 고려하면 다른 시스템 등에서도 고령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노출된 정보 중 주소가 확인된 계정은 총 21만 9112개로 확인됐다. 농촌진흥청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피해자에게 이를 직접적으로 알리는 등 적극적인 후속 조치를 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지적과 함께 행정편의주의적 관점에서 대응책을 마련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피해사례도 있었다. 이 중 일부는 개인정보가 본인이 아닌 다른사람으로 돼 있어 분쟁 조정이 진행 중인 건도 포함됐다.
농촌진흥청도 사실상 이를 인정했다. 농촌진흥청이 서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에 따르면 이들은 강제로 비밀번호를 변경한 이유로 “변경률이 저조했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개인정보보호에 따르면 비밀번호 변경을 위해서는 개인정보 주체의 명시적 동의가 필수적임에도 농촌진흥청은 이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변경을 추진했다”며 “그 취지가 어떻든 개인정보처리자가 타인의 개인정보를 임의로 변경하는 행위는 법에서 명확히 금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 국정감사에서 그 적법성과 책임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