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 해도 대기 48번" 시장통 소아과…독감 환자 1주일새 2배

2024-12-31

지난 30일 오후 2시 30분, 서울시 구로구 우리아이들병원 진료 대기실. 점심 휴게시간이 끝난 직후였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아동들과 보호자로 꽉 찼다. 이마에 해열 패치를 붙인 환자도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5개 진료실에 50명씩 대기 접수를 할 수 있는데 다 마감됐다"면서 "최근 하루 600~700명이 방문하는데, 대부분 독감 환자"라고 전했다.

대기실엔 발열·기침 등 독감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보호자 이모(68)씨는 "5살 손주가 어젯밤 잔기침을 해 방문했다"면서 "점심시간 끝나자마자 왔는데도 대기번호가 48번이었다"고 말했다. 4살 아이가 열 나서 병원을 찾은 박모(37)씨는 "이렇게 사람이 많은 줄 몰랐다"면서 "독감 진단받고 나오는 길"이라고 말했다.

독감(인플루엔자) 환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3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51주차(12월 15~21일)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는 31.3명을 기록했다(의원급 300곳 표본감시). 직전 50주차(13.6명)와 비교하면 2.3배로 뛰었다. 지난 20일 전국에 독감 유행주의보가 내려진 뒤 유행세가 더 빨라진 셈이다.

양진선 질병관리청 감염병관리과장은 "올해는 예년 대비 한 달 정도 늦게 독감 유행이 찾아왔다"면서 "독감 환자가 당분간 계속 증가해 1월 중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번 독감은 소아·청소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51주차 기준 13∼18세 독감 의심 환자 비율은 1000명당 74.6명이다. 이번 절기 독감 유행주의보 기준(8.6명)의 약 9배 수준이다. 7∼12세 환자도 62.4명으로 뒤를 이었다. 청·장년층 환자도 일주일 새 두 배가량 증가했다.

백정현 우리아이들병원장은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독감 환자 내원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잘 안 떨어지는 아동들이 많다. 대부분 A형 독감이고, 간간이 B형 독감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독감을 예방하려면 백신 접종을 받는 게 좋다. 독감 국가 예방접종 지원 대상자인 생후 6개월∼13세와 임신부, 65세 이상 노인은 지정 의료기관과 보건소에서 무료로 백신을 맞을 수 있다. 백 병원장은 "환자 중에 '백신 맞아도 독감에 왜 걸리나요' 묻는 분들이 많다. 안 걸리는 게 제일 좋지만, 접종하면 독감에 걸려도 심한 증상으로 악화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독감은 기침·재채기 등을 통해 전파된다. 감염 이틀 후에 발열·기침·두통 등이 나타나고, 소아는 오심·구토·설사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유치원·어린이집·노인요양시설 등은 전파 예방을 위해 실내를 2시간마다 환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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