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에서 초단타 매매 거래자로 등록한 증권사가 32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는 초단타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네덜란드계 증권사뿐 아니라 중국의 국영 상업은행인 중국은행도 포함됐다.
10일 서울경제신문이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거래소에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HFT)’ 거래자로 등록한 증권사는 한국투자·키움·대신증권 등 총 32개사였다. 지난해 27개사에 비해 5개사가 늘었다. 이 가운데 중국은행과 한국아이엠씨증권 등 외국계 2개사도 포함됐다. 중국은행은 중국의 5대 국영 상업은행 중 하나이고 한국아이엠씨증권은 네덜란드계 증권사가 지분 100%를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초단타·고빈도 매매 전문 증권사로 유명하다.
HFT 등록은 거래를 대행해주는 위탁 거래자와 자기 계좌로 초단타 매매를 하는 자기 거래자로 나뉜다. 중국은행과 한국아이엠씨증권은 각각 파생상품, 코스피 시장의 자기 거래자로 등록했다. 이 밖에 다른 외국계 금융사들은 거래소에 등록을 하지 않아도 위탁 거래를 통해 국내에서 초단타 거래를 할 수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중국은행이 국내에서 초단타 직접 거래자로 등록했다는 게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유럽·미국 등과 달리 중국은 은행의 증권 및 선물 거래를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행은 ‘위안화 선물 거래’를 목적으로 한국거래소에 통화금리 기초 파생 시장 HFT 거래자로 등록했다. 다만 위안화가 아닌 다른 통화 선물에 대한 거래도 가능하다. 한국거래소의 위안화 선물 거래 대금은 지난달 6일부터 한 달간 256억 원에 그친 반면 같은 기간 미국 달러 선물 거래액은 169조 1353억 원에 달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초단타 거래의 주목적은 가격 변동성을 활용한 수익 창출”이라며 “선물 거래는 헤징(위험 회피)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어 시장 조성을 위한 명분도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조성자인 중국은행이 위안화 변동에 대비해 유동성을 공급, 스프레드를 안정화하는 동시에 고빈도 매매를 통해 초단타 차익을 유의미한 규모로 실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눈에 띄는 건 정작 중국 본토에서는 초단타 매매를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와 중국 증권거래소는 HFT 거래에 대한 수수료를 10배 이상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일찍부터 시장 교란을 우려로 HFT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오고 있어 HFT 거래자들이 한국과 같은 신흥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국내 HFT 거래 대금은 2072조 7047억 원으로 거래소가 집계를 시작한 2023년 1월 이후 1년 만에 25.8% 폭증했다.